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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 아웃도어 출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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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내년 봄·여름 시즌 출시될 예정인 제일모직의 빈폴아웃도어는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캐주얼 아웃도어를 표방한다. 고기능성 바람막이에서부터 방수·투습 기능을 갖춘 트렌치코트까지 나온다. 사진은 백화점 바이어와 사업주 등을 위해 서울 수송동 제일모직 본사 1층에 마련된 임시매장의 모습.

“국내 아웃도어 시장을 보면 산악용 SUV(거친 노면을 달릴 수 있도록 제작된 사륜구동 승용차)는 있는데 도심형 SUV는 없는 형국입니다. 사람들은 도시에 살고 있는데 말이죠. ‘아웃도어 시장의 도심형 SUV’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6일 박창근(55) 제일모직 부사장은 빈폴아웃도어를 론칭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가 히말라야 등반처럼 난이도 높은 야외활동에 초점을 맞춘 고기능성 제품을 주로 내놨다면 빈폴아웃도어는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도록 패션 감각을 가미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빈폴아웃도어는 기능성에 주력한 블랙라벨과 함께 가벼운 등산과 캠핑 같은 다양한 야외활동에 두루 입을 수 있는 그린라벨, 출근하면서도 입을 수 있는 피투피(P+P)로 제품을 세분화했다.

 의류업계 매출 1위 기업인 제일모직이 아웃도어 시장에 진출한 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업계가 추정하는 올해 국내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3조원. 더 주목할 점은 지난 5년간 평균 16% 이상 매년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일모직은 3~4년 전부터 아웃도어 브랜드 출시를 준비해 왔다. 처음엔 이탈리아 아웃도어 브랜드 ‘라스포르티바’ 국내 판권을 사들여 사업을 전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다 빈폴의 하위 브랜드로 방향을 튼 것은 중장년층이 주 고객인 기존 아웃도어 시장이 포화됐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빈폴이 지난해 525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젊은 층 사이에서 고가의 정통 캐주얼 브랜드로 자리 잡은 만큼 이를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제일모직은 내년 봄·여름 시즌부터 제품을 출시하는 빈폴아웃도어의 2012년 매출 목표를 300억원으로 잡았다. 백화점과 가두점을 중심으로 30~40개 매장을 개점하겠다는 계획이다. 브랜드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린 6일엔 매장 운영에 관심 있는 사업주를 초청한 사업설명회도 열렸다.

 업계에선 “빈폴아웃도어가 기존 시장을 잠식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내년 상반기 제품이 출시되는 것을 보고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제품군을 선보이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웃도어 업계에서 매출이 가장 많은 노스페이스는 올봄 화이트라벨을 출시했다. 기능성을 축소하고 디자인과 색감 등에 있어 패션 감각을 가미한 제품군이다. 9월부터는 아이돌그룹 빅뱅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기도 했다.

코오롱스포츠 역시 도심에서도 입을 수 있는 트래블라인을 강화하고 가수 이승기와 탤런트 이민정을 앞세워 마케팅을 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인 제일모직이 캐주얼 아웃도어 브랜드를 낸 것은 필연적”이라며 “이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류업체들까지 이 시장에 가세하고 있다. 패스트패션 브랜드로의 전환을 선언한 코데즈컴바인은 올해 초 하이커 라인을 출시했다. 기능성을 가미하진 않았지만 아웃도어 스타일로 디자인한 의류를 주력으로 내놓는다.

인디안·올리비아로렌 등을 운영 중인 의류기업 세정은 지난 3월 아웃도어 브랜드 센터폴을 출시했다. 센터폴은 ‘합리적 가격의 도심 속 아웃도어’를 표방하고 있다. 크로커다일로 유명한 패션그룹형지 역시 스위스의 여성전문 아웃도어 브랜드 와일드로즈를 국내에 들여와 판매 중이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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