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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닛산 등 경쟁 차 105대 전시·분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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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5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장덕동 남양 기술연구소 설계동에서 현대·기아차 직원들과 부품협력사 연구개발(R&D) 인력들이 경쟁 차종인 닛산 리프를 분해해 최신 부품을 확인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협력사 직원들과 함께 매년 20여 대의 경쟁 차종을 분해·분석해 기술을 공유한다.

5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장덕동 현대·기아자동차 남양기술연구소 설계 1동. 검정 닛산 전기차 리프가 속살을 드러낸 채 허공에 매달려 있다. 현대·기아차 연구개발 총괄 담당인 양웅철(57) 부회장이 “현재까지 나온 최고의 전기차”라며 극찬한 차량이다.

 이내 ‘드르륵’ 하는 전동드릴 소리가 여러 차례 들리더니 핵심 부품인 배터리팩이 차량 밑부분에서 ‘쿵’ 소리와 함께 분리됐다. 차량에서 배터리 팩을 떼어낸 엔지니어들은 현대·기아차 직원과 협력사인 유라코퍼레이션 직원들. 이들 4명은 배터리 팩을 떼어낸 부분을 촬영하고 손으로 일일이 짚어가며 현대 전기차와의 차이점을 꼼꼼히 비교했다.

 이들은 이날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연구개발(R&D)모터쇼’ 참가차 한자리에 모였다.

 이 행사는 매년 현대·기아차가 본사 직원들은 물론 협력사 연구개발 인력들에게 최신 자동차 기술 트렌드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여는 자리다.

 기술연구소 연구원들은 해마다 20여 대의 차량을 협력사 직원들과 함께 분해하며 신차 개발을 위한 벤치마킹 기회로 삼는다. 현대·기아차는 공동 분해한 경쟁차 부품을 협력사 측에 무상으로 제공해 부품 구매 비용도 절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차량 분해에 참가한 홍종하(36) 유라코퍼레이션 선임연구원은 “우리 회사는 와이어링(차량 내부 배선)을 전문으로 다루기 때문에 경쟁차의 와이어링만 있으면 되는데 이를 위해 차량을 구매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현대·기아차와 함께 분해를 해보는 기회가 회사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도 “해외 모터쇼에서나 볼 수 있는 차량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 보며 장단점을 비교할 수 있어 협력사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행사는 2005년 ‘R&D 경쟁차 전시회’란 이름으로 출발했다. 2006년부터는 협력사 직원들도 참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모터쇼’로 이름을 바꾸고 인근 지역 주민들까지 관람할 수 있게 규모와 참석 대상을 크게 확대했다.

 8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모터쇼에는 445개 협력사와 임직원 5000여 명이 참여한다. 연구소 정문 앞 잔디밭에 1만3000㎡(약 4000평) 규모의 전시장을 마련했다. 현대·기아차 25대, 국내외 주요 경쟁차 80대 등 완성차 105대가 전시된다. 각 분야의 차량을 손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전시구역도 그린 ▶스몰 ▶콤팩트 ▶라지 ▶럭셔리 등 7개 영역으로 나눴다. 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 같은 첨단차량부터 포르셰 파나메라4, 아우디 A8 같은 고가 수입차량까지 다양한 차종이 전시됐다. 대학생들이 직접 만든 차량도 모터쇼에 나왔다.

 현대·기아차는 이날 행사와는 별도로 R&D 동반성장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도 가졌다. 지해환(56) 기획조정실 전무는 “최근 자동차 산업은 정보기술(IT)·통신이 복합된 새로운 시대”라며 “기존 기술을 개량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고 완성차 업체와 1, 2차 협력사 모두가 선도적 기술혁신을 함께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대·기아차는 기술지원단과 ‘게스트 엔지니어(Guest Engineer)제도’를 비롯한 다양한 협력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매년 50개 이상의 협력사에서 400여 명의 게스트 엔지니어를 파견받아 함께 신차 개발을 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기술지원단 제도’도 새로 도입했다. 260여 명으로 구성된 현대·기아차 엔지니어들이 협력사를 직접 찾아가 R&D기술을 지원하는 상생 전략이다.

 올 한 해 동안 국내외 400여 개 협력사에서 4000건 이상의 R&D기술을 지원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차량 설계단계부터 협력사들을 참여시킴으로써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높은 품질의 부품을 조기에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지 전무는 “협력사의 기술경쟁력이 완성차의 품질로 직결된다”며 “일시적 지원보다는 근본적 기술협력을 통해 세계 최고 자동차 회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화성=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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