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남표(사진) 총장이 직접 참여하지 않은 대형 국가 연구과제 특허 발명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대거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5일 대전 한국연구재단에서 열린 교과부 산하 기관 국정감사에서 서 총장이 특허 발명자로 다수 특허를 출원한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민주당 김유정 의원은 “서 총장이 취임 이후 국가연구비 750억원을 투입해 ‘온라인 전기자동차’와 ‘모바일 하버(mobile harbor)’를 개발해 오고 있는데, 서 총장이 단독 또는 다른 연구자들과 공동으로 특허를 출원한 것이 47개나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허 기술을 이전하면 총수입의 50%를 발명자가 받을 수 있는데, 총장 업무는 도외시하고 특허 이득을 얻는 데만 올인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선진당 이상민 의원도 “전기자동차나 모바일하버 사업 모두 연구에 참여한 실제 연구원이 있을 텐데, 특허 명의를 총장 개인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 적절한 것이냐”며 “한국적인 정서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서 총장은 “두 개발사업 모두 제가 발명했는데, 제 이름이 안 들어가 있으면 국가의 손해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김유정 의원은 서 총장의 고액 연봉도 따졌다. 김 의원은 “서 총장 연봉은 업무 추진비를 포함해 약 4억2900만원으로, 대구경북과기원 총장의 1억9200만원, 광주과학기술원 총장의 1억8210만원 보다 두 배 이상 높다”며 “적절한 수준인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ALIO)에서 관리하는 285개 공공기관 가운데서도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KAIST 장순흥(원자력공학) 교수도 서 총장처럼 자신의 이름을 발명자들 명단에 끼워넣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나라당 주광덕 의원은 “(서남표 총장의) 특허출원 당시 부총장이었던 장순흥 교수도 서 총장과 다른 발명자들 틈에 끼여 공동 발명자로 32건을 출원했다” 고 주장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모바일 하버=항구에 접안하기 어려운 대형 선박들을 앞바다까지 마중 나가 하역할 수 있는 이동 항구.
◆온라인 전기자동차=도로에 전선을 매설하고 무선으로 전력을 받아 운용하는 신개념 전기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