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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성범죄로 집안 몰락 … 8할 내 얘기, 2할은 상상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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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니시무라 겐타

올해 초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賞)을 받은 니시무라 겐타(西村賢太·44)가 한국을 찾았다. 수상작 『고역열차(苦役列車)』(다산책방)의 국내 출간에 맞춰서다. 번역자 양억관씨의 통역으로 5일 낮 기자간담회를 했다.

 『고역열차』는 일본 내에서 여러모로 화제가 됐다. 우선 아버지가 성범죄를 저질러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바람에 중학교만 마치고 일용직 노동자를 전전해야 했던 작가의 과거를 가감 없이 소설로 옮겨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파격적인 내용 때문인지 수상작이 실린 월간 ‘문예춘추’가 80만 부나 팔렸고, 단행본으로도 나와 20만 부 넘게 나갔다. 문학성을 따지는 아쿠타가와 수상작치고는 이례적인 판매 부수다.

 제목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자 니시무라는 “‘고역’은 괴롭고 힘든 일을 뜻하기보다 주인공 내면의 뒤틀림, 그 때문에 인생의 바닥으로 추락해 절망에 빠지는 상황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열차는 인생 자체. 작가의 분신인 주인공이 폐쇄적이고 호전적인 성격 때문에 겪는 어려움에 소설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뜻이다.

 작가의 경험을 고스란히 소설로 옮기는 일본 특유의 소설 형식인 사소설(私小說)의 한계를 지적하자 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사소설이라고 해서 경험만 쓰는 게 아니다. 8대2 정도의 비율로 사실에 픽션을 가미한다. 그 때문에 소재가 달린다든지 하는 일은 없다. 사소설은 내게 잘 맞고 그래서 좋아하는 방식이다.”

 니시무라는 30대 중반부터 소설을 썼다. “불과 2, 3년 전까지 먹고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소설을 써야 했지만 이번 작품의 성공으로 한동안 집필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번 한국 방문이 첫 외국 나들이이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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