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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신도시 러브호텔·유흥주점 불야성

중앙일보

입력

지난 24일 오후 11시 경기도 일산신도시 대화동 전철 대화역 주변.

밤인데도 러브호텔의 눈부신 네온사인으로 도로변은 불야성을 이룬다. 중세 유럽의 성을 연상시키는 러브호텔로 팔짱을 낀 남녀가 수시로 드나든다. 골조 공사를 마치고 마무리가 한창인 러브호텔도 보인다.

인근 아파트 단지 외벽에는 '모텔 건축 반대하여 주거환경 지키자' 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한달전 이사온 崔모(35.주부)씨는 "그 흔한 소아과 의원 하나 없는 동네에 러브호텔은 곳곳에 세워지고 있다" 며 "아이들을 생각하면 다시 이사가고 싶은 생각 뿐" 이라고 불평했다.

인접한 전철 주엽역 일대에도 아파트 단지와 도로를 경계로 성인 나이트클럽.단란주점.안마시술소.심야 이발소 등이 빼꼭하다.

'상업지구와 아파트 주변 도로변에는 반라의 모습을 한 여성 사진과 함께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라는 유흥업소의 전단지가 지천으로 나뒹굴고 있다.

주변 학원에서는 밤늦은 시간까지 청소년들이 들락거린다.

지자체의 잘못된 도시관리로 인해 쾌적한 전원 계획도시를 표방하며 조성된 일산신도시가 유흥 향락업소에 점령되고 있다.

◇ 늘어나는 숙박.유흥업소〓1992년 8월 첫 입주한 일산신도시에는 입주 초기 숙박시설이나 유흥업소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러나 주민 입주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96년 중순 이후 향락업소가 등장하기 시작, 지금은 나이트클럽.룸싸롱 등 유흥주점 33개와 단란주점 17개, 숙박업소 12개가 난립해 있다.

숙박업소 중 8곳은 대화역 주변에 모여 있다.

이에 더해 5개의 안마시술소와 60여개의 이발소까지 성업중이다.

대개 하루 종일 영업을 하는 이들 업소중 10여곳은 그동안 각종 퇴폐행위를 벌이다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12월부터 고양시 일대 준농림지에는 러브호텔 신축이 금지됨에 따라 건축주들이 일산신도시 상업지역으로 눈을 돌려 최근 9개월 동안 숙박업소 9건이 새로 허가됐다.

◇ 교육환경 저해〓일산신도시에는 초등학교 21곳.중학교 10곳.고교 10곳에서 학생 5만여명이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환경은 열악하다.

대화동 장성초교와 1백20여m 떨어진 곳에 모텔 2개가 영업중이며 1개는 건축중이다.

학교보건법상 학교에서 반경 2백m이내 정화구역 안에는 청소년 유해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 그러나 고양교육청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가 '학습과 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 경우 예외로 한다' 는 단서조항에 근거해 모텔 신축을 동의해준데 따른 것이다.

심규현(沈規鉉.33)고양시의원은 "시민들 힘을 모아 자치단체로 하여금 모텔 신축금지 권한을 행사하도록 촉구하겠다" 고 밝혔다.

◇ 당국의 무사안일〓고양시의회는 지난해 10월 "도시 상세계획 수립을 통해 향락업소 난립 방지책을 마련하라" 고 고양시에 촉구했다. 하지만 시는 "적법절차에 따른 건물 신축허가 신청은 막을 수 없다" 는 입장이다.

즉 ▶택지개발이 완료되고 토지이용 계획에 따라 분양까지 마쳤기 때문에 상세계획 변경이 어려우며 ▶숙박시설이 인구에 비해 아직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는 인천시 계양구와 부천시 등이 최근 상업지역에서 여관(관광호텔 제외)건축을 전면 불허하는 지침을 마련한 것과 대조적이다.

◇ 반발〓주민과 시민단체는 "역주변에 밀집해 있는 향락업소들이 모두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아파트 단지와 닿아 있는 것은 신도시 설계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 이라고 지적한다.

고양여성민우회 김인숙(金仁淑.45)대표는 "학교 정화구역에 러브호텔이 들어서는데도 자치단체가 규제에 나서지 않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 라고 지적했다.

녹색연합 환경소송센터 손광운(孫光雲.38)대표는 "대표적 계획도시로 조성된 일산신도시가 합법을 빙자한 마구잡이 개발로 교육환경이 망가지고 도시로서 자족.생산기능을 상실했다" 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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