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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카지노 안가는 공무원은 바보? 서울대교수,고교교장,검찰수사관,경찰,소방관 줄줄이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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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소방검사를 나가 도박을 한 소방관, 현장점검 출장 중 카지노에 간 한국가스공사 직원, 조교에게 강의를 맡기거나 휴강을 한 뒤 슬롯머신을 즐긴 국공립대 교수. 평일 근무시간에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다 감사원에 적발된 공직자들의 행태다.

감사원은 최근 4년간 근무지를 무단이탈해 카지노에 출입하거나 직무 관련자로부터 도박자금을 빌린 공직자 100명에 대해 소속 기관에 징계를 요청했다고 5일 밝혔다. 또 188명의 비위사실을 통보했다. 감사원이 적발한 288명 중에는 서울대 교수를 비롯한 교수 7명, 고교 교장 등 교사 17명, 경찰관 23명, 검찰 수사관 1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최근 4년간 휴일을 합해 평균 176차례 카지노를 드나들었고, 평균 20회는 근무시간에 간 것으로 집계됐다. 5명의 공직자는 직무와 관련된 사람으로부터 도박자금을 빌린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 차관보급 A씨는 2009~2010년 근무시간 중 카지노에서 모두 38번이나 도박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법인카드로 8500만원 어치의 ‘카드깡’을 했으며, 기업인으로부터 1200만원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지난해 11월 감사원에게 카지노 무단출입이 들통이 나 대기발령을 받은 뒤에도 10일간 7번 카지노에 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A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한국가스공사 강원지역본부 직원 B씨와 경북 울진소방서 소방관 C씨는 각각 현장점검과 정기소방검사를 핑계로 근무지를 마음대로 나와 카지노에서 게임을 했다.

충북대 교수 D씨는 2009년 11월17일 오전 9시부터 카지노에서 슬롯머신을 밤새 즐기다가 다음날 출근을 못했다. D씨는 조교를 시켜 학생들에게 휴강을 알린 뒤 18일오후 10시55분에서야 카지노를 나왔다. 그는 또 강의를 조교에게 대신 하도록 지시하기까지 했다. 부패방지 기구인 국민권익위원회 직원 E씨는 2008~2009년 지방출장 중 정선 카지노에 6회에 출입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평일 근무시간에 제멋대로 카지노를 간 것은 공직기강을 해치는 일일 뿐만 아니라 공금횡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엄격하게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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