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공립대 교수들, 대학개혁 발목 잡을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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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립대 구조조정을 둘러싼 진통과 반발이 심상찮다. 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가 어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만나 정부가 추진하는 국립대 구조개혁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교과부 장관 퇴진 운동도 불사할 태세다. 그럼에도 교과부는 이날 전국 8개 교육대, 한국교원대 등 9개 국립대와 구조개혁 방안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대학은 총장 공모제 도입, 특성화·교원 글로벌 역량 강화 등 자발적인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교과부는 이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국립대 구조개혁은 본격 시동을 걸었는데 교수들이 발목을 잡고 나선 형국이다.

 국공립대 교수들의 이런 행태는 대학 경쟁력 향상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거스르는 것이란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교과부가 지난달 23일 국립대 중 하위 15%인 5개 대학을 ‘구조개혁 중점 추진 국립대’로 지정한 것을 철회하라고 주장하는 것부터가 그렇다. 학령 인구가 급속히 줄어들고 국제화 등 교육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국립대도 구조조정을 게을리해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외면하는 처사다. 차제에 구조개혁 중점 추진 대학으로 지정된 5개 대가 뼈를 깎는 노력으로 구조조정의 본보기를 보이도록 유도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대학 자치를 내세우며 총장·학장 직선제 폐지를 반대하는 것도 시대착오적이다. 총장 직선제는 지난 20년간 편 가르기와 보직 나눠먹기로 대학 경쟁력을 갉아먹어 온 폐해가 크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 사립대가 폐지한 직선제를 국립대만 계속 고집할 이유가 없다. 교과부 산하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해체하고 국립대 구성원 대표들이 참여하는 ‘국립대학발전위원회’를 설치해 국립대 구조조정 방안을 심의해야 한다는 교수들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스스로 제 목을 칠 수 있다는 각오와 믿음을 보이는 게 먼저다.

 교과부도 반발하는 교수들 설득에 나서야 한다. 그러려면 부실대학 판정 평가지표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고 실효성 있는 대학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을 내놔야 한다. 대학과 교수의 반발로 국립대 구조조정이 유야무야되곤 했던 과거 전철을 되밟을 여유가 이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