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공무원 피해현장 방문 사진 포토샵했다 들통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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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필리핀 정부 페이스북]

태풍이 휩쓸고 간 필리핀 피해 현장. 세 사람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시속 150㎞의 강풍과 시간당 250㎜를 동반한 태풍 네삿(nesat)으로 31명이 숨지고 11만명이 대피했다. 피해 복구에만 2300만 달러(약 275억원)가 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정부도 대책마련에 부심했다. 필리핀 정부는 고위관계자가 현장을 직접 챙기고 있다는 뜻으로 한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은 도로 및 공공사업부문 책임자인 로미오 모모(Romeo Momo) 차관과 레이 타구단도(Rey Tagudando) 부장, 엔지니어인 미쿠눅 마쿠드(Mikunug Macud)이다.

하지만 이후 태풍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정부의 홍보사진으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게 불었다. 사진 속에는 그들의 다리가 부서진 콘크리트 위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고 좌측 외곽에는 똑같은 옷차림의 두 사람도 보인다. 포토샵의 라쏘툴 기능을 이용해 마치 이들이 피해 현장에 있는 것처럼 사진을 조작한 것이다.

여론이 들끓자 필리핀 정부는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국민 감정을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사진의 문제를 가장 먼저 제기한 블로거 피에르 산 디에고(Pierre San Diego)는 “이런 사진을 합성해 유포한 것은 그들이 현장에서 포즈를 취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그렇게까지 해서 국민들에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냐”고 말했다.

사진을 조작할 시간에 2차 피해를 줄이는데 힘을 기울여야 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인터넷에는 이들의 모습을 희화한 각종 사진이 등장하면서 비난 여론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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