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살 빼려면 '자기주도 다이어트' 해라

중앙일보

입력

[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엄마가 소아비만인 아이의 손을 강제로 이끌고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이렇게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다이어트를 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은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이렇게 찾아온 어린 고객들에게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스스로 다이어트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느끼게끔 교육하고 지원하는 일이다.

요즘 아이들 학습 문제에 관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원칙이 '자기주도학습'이다. 학습의 주체가 선생님이나 부모가 아니라, 아이 본인이라는 기본에 충실한 학습 관점이다. 그리고 자기주도 학습에서 우선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은 스스로 계획하고 스스로 반성하는 자기점검 활동이다.

다이어트 전문가인 나의 입장에서는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다이어트 일지를 쓰라고 적극 권하고 있다. 다이어트만큼 자기주도성이 큰 힘을 발휘하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초창기에는 대부분의 고도비만아동들이 학습능력이 너무 떨어져 일기 쓰기도 힘들어 하는지라 다이어트 일지쓰기를 과연 해낼 수 있을지 하는 걱정이 강하였다. 놀랍게도 아이들 스스로 어려운 운동 스케줄, 영양이나 식습관 훈련, 신체활동 관련 내용을 숙지하고 계획을 세우고 점검하는 것을 보고서는 내 걱정이 기우에 지나지 않음을 깨달았다. 다이어트 일지를 쓰는 동안에 아이 스스로 깨닫고 배우는 일도 많아진다는 점 역시 느낄 수 있었다.

아이라고 부모가 다 옆에서 해줘야지 하다가는 만사를 그르치게 된다. 어쩌면 지나친 과잉보호가 지금의 비만을 불러일으킨 주원인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아이에게 계획세우는 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자기 스스로 온전히 다이어트 전 과정의 계획을 세우고 반성할 수 있도록 충분히 배려하기 바란다.

음식을 고르거나 요리하고, 식사하는 일도 아이의 선택과 기호에 맡겨보라. 정해진 식단의 원칙을 지키되 아이가 식사 활동의 주체가 되도록 배려하기 바란다. 운동 종목이나 스트레스 해소 활동도 아이가 선택하게 만들라. 특히 운동은 다이어트 과정에서 가장 능동적인 활동 가운데 하나이다. 아이의 자발성과 자기주도성이 가장 필요한 분야라는 뜻이다. 운동 종목을 고르고, 운동스케줄과 운동량을 정하는 일을 스스로 설계하도록 도와야 한다. 운동 종목에 관한 한 아이의 자율성을 전폭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다이어트에 좋으니 수영이나 태권도를 해야 돼 라는 강요나 통제는 아이에게 내면적인 반감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그러다보면 운동 자체에 대한 반감만 키우게 된다. 지나치게 적은 운동량을 제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초반 의욕에 넘쳐 지나치게 많은 운동량을 욕심내는 것도 조절해야 한다.

부모나 멘토가 무엇보다도 해야 할 일은 아이의 계획이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 조언하고 점검하는 일이다. 구체적인 방법을 예로 들어보자. 대개 아침 식사를 거르는 비만 어린이가 건강한 아침 식사를 하도록 이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런 예고나 언급 없이 턱하니 밥과 반찬을 차리고 억지로 먹으라고 한다면 서로 불화만 심해질 뿐이다. 엄마는 우선 전날 다음날 아침 식단에 관해 아이와 상의하라. 재료가 부족하다면 함께 장을 보라. 아침에도 식사 준비를 엄마 혼자 하지 마라. 아이를 조금 일찍 깨우거나 서둘러 함께 조리하고 상을 차리라. 실제 함께 밥상을 차리면 아이의 아침 식사 순응도가 몰라보게 증진된다.

또 바쁘더라도 가급적 가족 모두가 함께 식사하라. 서로 하루 일과를 묻고, 준비물이나 학습을 점검해주고, 하루의 행운을 빌어주라. 또 시간 있을 때마다 아침 식사가 왜 비만과 건강, 학습에 유익한지를 잘 설명해주라.

아이가 자발적으로 매사에 나서면 엄마도 편해진다. 매번 강제하고 강요할 필요가 없다. 내 아이 안에는 항상 충분하고도 폭발적인 에너지가 있다. 그 에너지를 다이어트에 쓸 것인가 말 것인가는 모두 엄마가 아이의 자발성을 잘 이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칼럼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