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여성도 소변보기 불편하다? 골반저질환 의심해 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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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상
유어스비뇨기과 원장

흔히 소변에 문제가 있으면 남성들은 으레 전립선질환으로 여기고 비뇨기과를 찾지만 여성들은 내원을 주저하는 경우가 있다. 아마도 부끄럽기도 하고 비뇨기과는 전문이 아닐 것이라고 여기는 듯 싶다. 사실 소변이 불편하게 되는 원인은 많다. 전립선 외에도 방광과 이를 지지하는 골반저근육의 기능 문제가 많이 관여하고 있다.

 중년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 골반 수술, 폐경, 과도한 비만, 변비 등으로 인해 골반저근육이 약해지면서 방광, 자궁, 직장 같은 골반장기가 질 안으로 처지는 소견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각 장기의 고유 기능을 저해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또한 기능을 유지하는 신경의 손상도 동반될 수 있어 다양한 소변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요도나 이를 지지하는 주변 조직이 약해져 기침, 재채기, 줄넘기, 골프, 무거운 것을 들 때나 등산, 심지어 부부 관계를 할 때 오줌이 새는 복압성 요실금. 자주 혹은 갑자기 소변이 마려운 증상을 보이는 과민성 방광이나 마려움을 참지 못하고 그만 실례를 하는 절박성 요실금. 소변 보기가 힘들고 배에 힘을 줘야 하며 잔뇨감을 호소하거나 심한 경우 소변이 넘쳐 흐르는 일류성 요실금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오줌소태로 불리는 방광염으로 인해 소변을 자주 보고 통증 및 피 오줌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은데, 방광이 처져 있거나 요실금이 있는 경우 방광염에 걸릴 위험도 커지고 재발도 많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변 문제가 동반되고 성기능 문제를 초래해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하거나 부부 관계 시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요실금이나 과민성 방광 환자들을 위해 비뇨기과에서는 약물 치료 외에 골반저근육 운동인 바이오 피드백, 전기 자극 및 자기장 치료 등을 시행하고 있고 이런 보존적인 치료에도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 여성 요실금 수술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 수술 후 경과가 만족스럽지만 가끔 소변증상이 더 힘들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절박성 요실금을 복압성 요실금으로 잘못 판단하거나 방광내 잔뇨가 많은 상황에서 소변이 요도로 넘쳐 흐르는 일류성 요실금을 진단하지 못하고 수술해 증상이 더 악화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요실금 수술의 경우 질을 통해 그물망 모양의 인조 테이프를 요도 밑에 위치시키는 방법이 많이 이용되고 있는데 요도를 너무 압박하거나 염증이 초래되는 경우에는 소변이 불편하거나 방광염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 골반저근육의 약화가 진행되면 방광이 처지거나 질후벽의 이완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질 성형술을 통해 방광과 질후벽을 함께 교정해주지 않을 경우 소변 문제는 지속될 수 있다.

 그래서 방광염이 자주 발생하거나 요실금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 골반저질환에 대한 전문적 식견을 갖춘 의료진의 면밀한 진찰과 검사를 통해 골반장기의 구조적 및 기능적 상태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진단이 불확실하거나 이전 치료에 실패한 경우, 골반 수술 병력이 있을 때는 방광기능검사인 요역동학검사를 비롯해 방광초음파 및 방광내시경검사를 통해 적절한 치료 방침을 결정해야 한다.

 골반저질환에 따른 기능적인 장애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불편함을 줄 뿐 아니라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민성 방광과 절박성 요실금의 경우 삶의 질을 심하게 떨어뜨려 우울증 발생 빈도가 3배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다. 골반저질환은 진행성으로 인식되고 있어 치료가 늦어질수록 회복되는 성공률도 떨어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정용상 유어스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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