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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하나은행 챔피언십] 외국인 우승후보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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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 세계에서 8승을 거둔 청야니는 여자 골프 최강 한국 필드마저도 정복하려는 야심을 불태운다. [중앙포토]

한국 선수들이 LPGA투어 100승을 눈앞에 두고 번번이 미끄러진 가장 큰 이유는 청야니(22·대만) 때문이다.

청야니는 올해만 벌써 5승을 가져갔다.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청야니는 전성기의 안니카 소렌스탐(41·스웨덴)처럼 투어를 지배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미국 아칸소주 로저스의 피너클 골프장에서 끝난 LPGA 투어 월마트 NW 아칸소챔피언십에서는 연장전 끝에 양희영(22·KB금융그룹)을 꺾는 등 한국 선수의 앞길도 번번이 가로막고 있다.

 과거 청야니는 한국 선수들에게 약했다. 주니어 시절 청야니는 신지애·최나연·박희영 등 한국 선수들에게 한 단계 뒤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6년 아시안게임에서는 유소연에게 10타를 졌다. 그런 청야니가 지금은 한국 선수 킬러로 자리잡았다. 남자 같은 파워 때문이다.

 청야니는 어릴 때부터 남자처럼 운동을 했다고 한다. 아직도 농구와 테니스를 즐기는데 남자처럼 거친 스타일이다. 그 힘으로 드라이브샷을 280야드까지 친다. “골프 선수가 안 됐다면 프로 당구선수가 됐을 것”이라고 말할 만큼 당구는 프로 수준이다. 당구를 잘하는 사람은 쇼트게임이 좋다고 한다. 최나연은 “장타를 치는 선수 중 청야니처럼 쇼트게임을 부드럽고 정교하게 하는 선수는 못 봤다”고 말했다

소렌스탐의 후원도 큰 힘이다. 청야니는 지난해 4월 소렌스탐이 살던 집을 샀다. 청야니는 “소렌스탐의 우승 트로피를 채웠던 거대한 방을 나의 트로피로 장식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소렌스탐이 많은 조언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소렌스탐은 대회를 앞두고 문자메시지를 통해 청야니를 응원하고 있다.

  

청야니가 올해 벌어들인 상금은 벌써 211만 달러(약 25억원)다. LPGA 투어에서 상금 200만 달러를 넘긴 것은 2008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이후 3년 만이다. 그는 LPGA 투어에서 올해 유일하게 평균 60대 타수(69.71)를 치고 있다. 드라이버 비거리(268야드), 그린 적중률(76.0%)에서도 모두 1위다. 그린 적중 시 평균 퍼트 수에서도 4위(1.76개)에 올라 있다. 드라이버, 아이언, 퍼터까지 모두 정상급이다. 소렌스탐이 전성기 때 그랬다.

 청야니와 가장 친한 선수는 노르웨이의 수잔 페테르센(30)이다. 청야니처럼 힘이 좋고 스윙도 좋은 선수로 꼽힌다. 올해 그린 적중률이 3위(75.3%)이고 평균 스코어는 4위(70.88)다. 쇼트게임도 좋다. 그런데 청야니에 비해 모자란 것이 하나 있다. 끝내기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태국에서 열린 혼다 LPGA에서 6타 차 선두를 달리다 미야자토 아이에게 우승을 빼았겼다. 자신보다 키가 16㎝가 작은 미야자토 아이의 추격에 심하게 흔들렸다. 페테르센은 2009년 톱 10에 12번, 2008년엔 10번 들었다. 올해도 5월 열린 아브넷 클래식까지 톱 10에 3번 들었다. 25차례의 우승 기회에서 챔피언이 된 것은 단 한 번이다.

 지난 5월 사이베이스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7월 고국인 노르웨이 테러 사건을 접한 후 그는 충격을 받았다. 곧이어 절친한 친구가 다이빙을 하다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페테르센은 “강한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8월 열린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최나연을 연장에서 꺾고 우승했다. 유럽과 미국의 여자 골프 대항전인 솔하임컵에서는 유럽의 선두 주자로 나서서 커다란 활약을 했다.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업그레이드된 페테르센이 한국에 온다.

 

상금랭킹 2위, 평균타수 2위인 크리스티 커(34·미국)는 활약이 불투명하다. 솔하임컵에서 손목을 다쳤다. 미국의 주장인 로지 존스는 에이스인 커를 사흘간 5경기에 모두 내보내 부상을 악화시켰다. 결국 마지막 싱글 매치에서는 뛰지 못했다. 커는 싸움닭 스타일이다. 경기가 안풀리면 벌컥 화를 낸다. 투지는 그 누구보다 강하다. 커는 솔하임컵 싱글매치를 앞두고 눈물을 흘리면서 아쉬워했다. 커는 부상 때문에 하나은행 챔피언십 프로암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러나 본 경기에서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폴라 크리머(25·미국)는 올해 우승이 없다. 상금 랭킹도 8위에 불과하다. 그러나 샷이 안 좋은 것은 아니다. 그린 적중률이 청야니에 이어 2위다. 그린 적중률은 선수의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퍼트가 잘 된다면 언제라도 우승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는 뜻이다.

 나비스타 클래식에서 최연소로 우승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렉시 톰슨(16·미국)은 아직 비회원이어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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