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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법원 "음란물 제한 언론자유 침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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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한다는 취지라 하더라도 언론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미 연방대법원 판결이 나와 미국 사회에 논쟁이 일고 있다.

미 연방대법원은 22일(현지시간) 케이블TV 성인채널의 방송시간을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로 제한한 연방통신법상의 반음란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연방대법관은 판결문에서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가 무엇보다 우선" 이라고 밝혔다. 이날 판결에는 연방대법관 9명 가운데 4명이 반대의견을 냈다.

주심인 앤서니 케네디 판사는 판결문에서 "국민들은 정부의 간섭이나 통제없이 어떤 사상을 지지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고 밝혔다.

미 의회는 1996년 반음란조항을 제정, 음란물을 방영하는 케이블TV사는 원치 않는 시청자들에게 그 내용이 송신되지 않도록 주파수를 차단하고 그런 장치가 없을 경우 어린이들이 시청하지 않는 시간대에만 방송하도록 했다.

반음란조항은 또 케이블TV사들이 음란물 차단을 원하는 가입자들에게 주파수 차단장치를 제공하도록 했으나 케이블TV사들은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심야시간에만 방송하는 쪽을 택해왔다.

그러나 플레이보이 엔터테인먼트 그룹이 "방송시간 제한은 명백한 언론자유 침해" 라며 소송을 내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여왔다.

이에 대해 델라웨어주의 윌밍턴시 연방법원은 98년 "방송시간 제한은 가장 최소한의 규제로 어린이를 음란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최선의 수단이 아니다" 며 플레이보이측에 승소판결을 내렸다.

그 뒤 법정공방은 연방대법원으로까지 이어졌으며 연방대법원도 최종적으로 언론자유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 대해 "정부의 검열에 대한 승리" 라는 주장과 "어린이들에 대한 보호의무를 완전히 포기한 것" 이라는 비난이 맞서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주 영국에서도 정부 영상물 등급심의위원회가 노골적인 성행위 내용이 담긴 7개의 음란 비디오의 유통을 금지시켜달라는 소송을 낸 데 대해 런던고등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논란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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