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랴크 파고’ … 일본·인도·이란 “우리도 항모 건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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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초의 항공모함 바랴크함(Varyag)이 출현함에 따라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해군력 강화 경쟁이 불붙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시작해 동남아를 거쳐 인도양 일대뿐 아니라 중동까지 가세하고 있는 양상이다. 일본·대만·베트남·인도·이란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도미노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항모 경쟁에 방아쇠를 당긴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7월 27일 국방부 겅옌성(耿雁生·경안생) 대변인을 통해 항모 건조 사실을 처음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사들인 미완성 항모 바랴크함을 개조 중이라고 확인하면서, 신규 항모 건조도 강하게 시사했었다. 그 때문에 바랴크함과는 별도로 2015년까지 4만8000∼6만4000t급 핵추진 항모 2척을 건조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바랴크함은 8월 10일부터 4박5일간 시험 운항을 마쳐 정식 취역 시점만 남은 상태다.

 역내에서 중국의 최대 군사 라이벌 국가인 일본은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중국청년보(靑年報)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신형 ‘헬기 항모’ 2척을 건조할 계획을 갖고 있다. 헬기 이착륙이 가능한 2만4000t 규모의 헬기 항모를 내년부터 연달아 2척을 건조한다는 것이다. 해상자위대에 따르면 이 항모에는 SH-60 대잠 헬기 등 11대의 헬기를 실을 수 있다고 한다.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를 둘러싸고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빚어온 일본으로서는 중국 항모의 출현이 직접적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중국 항모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대만은 성능이 대폭 개선된 슝펑(雄風)-3 순항 미사일을 공개했고, 미국으로부터 F-16 전투기의 성능 개선을 약속받았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공세에 직면한 동남아 국가들도 움직임이 분주하다. 특히 베트남의 움직임이 돋보인다. 베트남은 중국 항모에 맞서 5∼6년 안에 러시아산 킬로급 636형 디젤 잠수함 6척으로 구성된 잠수함 여단을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항모를 보유한 미국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남중국해에 인도 석유 업체를 끌어들여 공동 탐사도 추진 중이다.

 중국의 전통적 앙숙인 인도는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낡은 항모를 보유 중인 인도는 2015년까지 2척의 항모를 자체적으로 새로 건조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약 3조 루피(약 72조원)를 투입해 해군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타임 오브 인디아가 보도했다. 이 계획에는 잠수함 6척, 구축함 7척을 자체 건조하는 것 외에 최신 스텔스함 도입도 포함돼 있다.

 중국 항모로 인한 해군력 강화 경쟁은 ‘아시아의 화약고’인 중동에까지 번졌다. 중국국제방송(CRI)은 이란 해군 부사령관이 “항모를 건조할 계획”이라고 선언했다고 2일 보도했다. 이란이 건조하려는 항모는 헬기 항모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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