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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발표 3일 전 숨진 스타인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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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연구한 브루스 보이틀러(54·미국)·율레스 호프만(70·룩셈부르크)·랠프 스타인먼(68·캐나다) 등 3명이 선정됐다. 이들 중 스타인먼은 수상자 발표 사흘 전인 지난달 30일 사망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지만 수상자로 최종 확정됐다. 노벨상은 1974년부터 죽은 사람에게는 상을 주지 않도록 규정돼 있다. 괴란 한손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수상자 결정 과정에서는 사망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스타인먼의 수상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위원회는 이날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은 면역 체계의 활성화를 위한 핵심 원칙들을 발견함으로써 면역 체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혁신시켰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또 “외부 병원체의 인식 단계부터 면역반응 활성화에 이르기까지 면역 체계의 전반적인 작용을 규명함으로써 질병 발생 메커니즘 이해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노벨위원회는 설명했다.

 우리 몸을 병원균·유해물질로부터 보호하는 면역 시스템은 세균·바이러스 등이 몸 안에 처음 들어왔을 때 바로 반응하는 선천 면역과 수일이 지난 뒤에 나타나는 적응 면역으로 나눌 수 있다. 발에 종기가 생긴 경우 병원균에 수용체가 달라붙어 염증을 제거하는 것이 선천 면역이다. 적응 면역은 몸 안에 침투한 항원에 대응하는 항체가 생성되는 것이다. 연세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최인홍 교수는 “수상자들은 선천 면역이 있어야만 적응 면역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유전학스크립스연구소 보이틀러와 프랑스 분자세포생물학연구소(CNRS) 호프만 박사는 선천 면역이 체내에서 어떻게 활성화되는지를 밝혀냈다. 서울아산병원 의학과 김헌식 교수는 “보이틀러 교수는 쥐, 호프만 교수는 초파리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선천 면역을 밝혔다”며 “선천 면역을 활성화시키는 수용체를 밝혀낸 것이 가장 큰 업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록펠러대 스타인먼 교수는 자신의 연구대상이기도 한 췌장암과 4년간 싸운 끝에 지난달 30일 사망했다. 노벨위원회는 고심 끝에 그가 1973년 록펠러대 박사후 연구원 시절 ‘수지상(樹枝狀) 세포’를 발견한 점을 인정해 수상자로 결정했다. 성균관의대 김태진(면역학) 교수는 “수지상세포 발견은 이식수술에서 인체의 면역 거부 반응을 없애는 면역억제제 개발과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암치료제 개발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상금은 1000만 스웨덴 크로네(약 17억2200만원)이다. 이 중 절반은 보이틀러와 호프만이 가져가 반씩 나눈다. 나머지 500만 크로네는 스타인먼 몫이다. 메달과 상금은 유족들이 대신 받을 예정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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