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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수원과 서울이 붙었다, 4만4537명이 몰렸다, 자리가 모자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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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수원과 서울의 K-리그 라이벌전이 열린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 2001년 개장 이후 최다인 4만4537명의 관중이 입장해 유럽 축구 못지않은 뜨거운 응원 열기를 뿜어냈다. 서울 김동우(왼쪽)와 수원 스테보가 공중 볼을 다투고 있다. [수원=이영목 기자]

3일 낮 12시 수원역. 시내버스 정류장에 720-2번 버스가 도착했다. 약속이라도 한 듯 푸른 옷을 입은 사람들이 앞다퉈 승차했다. 고사리손을 부모에게 맡긴 아이부터 머리가 희끗한 노인까지 연령도 다양했다. 30여 분을 달려 수원월드컵경기장에 도착한 버스는 푸른 옷을 입은 사람들을 토해냈다. 경기장 주변은 온통 푸른빛으로 일렁였다. 이따금 붉은빛도 보였다.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가 맞붙는 엘 클라시코 더비.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의 맨체스터 더비. 유럽축구의 라이벌 매치는 수만 명의 구름 관중을 모은다.

 개천절에 열린 K-리그 수원 경기도 못지않았다. 수원과 서울의 ‘수도권 더비’가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은 유럽의 축구 열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4만3959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엔 경기 시작 세 시간 전부터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다. 표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관중석은 빈자리가 사라졌다. 전반전이 끝나고 공식 집계된 관중수는 4만4537명. 만석(滿席)을 넘어서는 수치다. 2001년 이 경기장이 문을 연 이래 최다 관중이다. 프로축구 전국 10개 월드컵경기장에서 관중이 가득 찬 경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장을 찾은 김석호(12)군은 “나는 서포터가 아니지만, 서울과의 대결은 꼭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고 말했다.

 관중을 끌어모은 원동력은 ‘수도권 더비’라는 스토리텔링이다. 두 구단 사이에 갈등의 역사는 깊다. 1999년 조광래(현 대표팀 감독) 수원 코치가 김호 감독과의 불화로 팀을 떠나 안양 LG(서울의 전신) 감독으로 취임했다. 그해 안양에서 뛰던 서정원(현 대표팀 코치)이 프랑스 리그를 거쳐 K-리그로 컴백하면서 당초 복귀를 약속했던 친정팀 안양이 아니라 수원을 택하면서 갈등은 극에 달했다. 이후 안양이 서울로 연고지를 이전하면서 경기도와 서울의 자존심 대결이라는 지역 대결 구조까지 더해졌다.

 어느 종목이나 마찬가지지만 가득 찬 관중의 열광적인 응원은 경기의 수준을 높여준다. 이날 경기가 그랬다.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관중에게 선수들은 질 높은 경기로 보답했다. 덕분에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은 눈 돌릴 틈 없이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

 승리는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수원의 차지였다. 수원은 후반 33분에 터진 스테보의 결승골에 힘입어 서울을 1-0으로 꺾었다. 수원은 서울과 승점에서 동률(48점)을 이뤘지만 골득실에서 2골 앞서며 리그 3위로 올라섰다.

 전반 초반은 서울의 페이스였다. 서울은 데얀과 몰리나가 활발한 움직임으로 수원의 골문을 위협했다. 반면 수원은 전반 30분에야 찬스를 잡았다. 서울의 김동우가 골키퍼 김용대에게 내주려던 백패스가 짧아 이상호에게 일대일 단독 찬스가 왔다. 이상호가 문전으로 쇄도하던 박종진에게 땅볼 크로스를 연결했지만, 서울의 수비가 한 발 앞서 걷어내면서 수원은 아쉽게 기회를 놓쳤다. 소강 상태에 들었던 경기는 후반 스테보의 골이 터지면서 균형이 무너졌다. 스테보는 염기훈의 프리킥을 박현범이 머리로 연결해 주자 골문 정면에서 몸을 던지며 헤딩해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다. 한편 전주에서 열린 전북과 상주의 경기에선 정규리그 한 시즌 최다 어시스트 기록을 수립(15어시스트)하는 등 2골·1도움으로 맹활약한 이동국을 앞세워 전북이 5-1로 크게 이겼다. 수원의 윤성효 감독은 “팬들이 오늘 경기장을 가득 메워주셔서 선수들이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원=장주영 기자
사진=이영목 기자

◆프로축구 전적(3일)

▶수원 1-0 서울 ▶전북 5-1 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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