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하늘도 ‘오존 구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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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금까지 남극 상공에서만 관측됐던 오존(O3) 구멍이 올해 초 북극 상공에서도 처음으로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일본 등 9개국 공동연구팀은 2일(현지시간) 과학 학술잡지 네이처에 기고한 연구논문을 통해 “올해 초 사상 처음으로 북극에서 ‘오존 구멍(Ozone hole)’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큰 폭의 오존 감소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표면에서 10~50㎞ 상공에 위치한 오존층에는 산소 원자 3개로 이뤄진 오존이 존재하고 있으며, 태양자외선을 흡수·차단해 지구 생명체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오존은 인류가 배출한 프레온 가스 같은 염화불화탄소(CFCs)에 의해 파괴된다.

 해마다 겨울철이면 북극 상공에서 보통 오존이 30% 정도 줄어들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 사이에는 이례적으로 40%나 줄었다. 특히 지표면에서 18~20㎞ 고도에서는 오존의 80% 이상이 파괴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있는 제트추진연구소의 나타니엘 리브세이 박사는 뉴사이언티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북극 오존이 가장 많이 파괴됐던 1996년과 2005년에 비해서도 올해는 두 배에 이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북극 상공에는 한때 캘리포니아주 5배 정도 크기의 오존 구멍이 형성됐다. 80년대 중반 남극에서 처음 오존 구멍이 관측됐을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오존이 감소한 것이다.

 또 오존 구멍이 한때 동유럽과 러시아·몽골로 이동하면서 해당 지역에서는 이례적으로 강한 자외선이 측정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 주민이 일시적으로 강한 자외선에 노출됐다. 자외선 노출이 증가하면 피부암 발생률이 높아지고 야생 동식물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오존(Ozone)=상온에서는 옅은 푸른색을 띠는 기체로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난다. 성층권 오존층에서는 자외선의 에너지를 흡수해 산소분자(O2)와 반응성이 높은 산소 라디칼(O)로 분해되면서 지구 생명체를 보호한다. 반면 도시에서는 자동차 배기가스 오염물질이 햇빛과 반응해 오존이 생성되며, 눈과 호흡기를 자극해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산화력이 높아 살균·소독제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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