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반쪽 아치, 기구한 양화대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한강 하류 쪽(다리 오른쪽)에만 아치가 설치된 양화대교의 모습. 서울시는 상류 쪽(빨간 점선)에도 아치를 설치하기 위해 하류 쪽에 ‘ㄷ’자 모양의 가교를 설치했다. 앞으로 차량들을 이쪽으로 통과시킨다. 대신 상류 쪽에 아치교를 얹고 13, 14번 교각을 철거해 유람선이 다닐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합정동(북쪽)에서 남쪽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이다. [오종택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물살이 양화대교에 몰아치고 있다. ‘버드나무(楊花) 다리’라는 낭만적 이름과 달리 정치적 외풍을 많이 탔던 양화대교가 시장 선거의 정책 이슈로 떠올랐다. 상류 쪽 아치 공사를 하기 위해 1일부터 ‘ㄷ’자 모양의 가교를 본래의 다리에 연결하는 공사가 시작되면서부터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박원순 변호사의 대변인 송호창 변호사는 2일 “서울시는 양화대교 공사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 시장이 선출된 후 전문가, 시민단체, 시 공무원들이 이 문제를 논의해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박 변호사가 시장이 될 경우) 타당하다 싶으면 공사를 계속하고, 그렇지 않으면 중단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 측의 신지호 의원은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재검토하겠지만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은 계속 추진하고, 최대한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양화대교 공사를 계속해야 한다는 뜻으로 박 변호사 측과는 입장이 갈렸다.

 양화대교는 지난해 2월부터 13, 14번 교각을 없애 교각 간격을 35~42m에서 112m로 넓히는 아치교 공사를 하고 있다. 교각이 떠받치던 다리 상판을 아치를 만들어 지탱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교각을 없애 대형 유람선이 다리 밑으로 다니게 하기 위한 공사다. 하류 쪽 아치 공사는 이미 끝났다. 지금은 상류 쪽 다리를 아치교로 바꾸기 위해 공사 중이다. 전체 공정은 80% 진행됐고, 내년 5월 완공 목표다. 총 공사비는 415억원이다.

 양화대교 공사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했다. 민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는 이를 반대해 올해 예산에서 공사비를 전액 삭감했다. 이에 대응해 서울시는 예비비를 전용해 공사를 해왔다.

송득범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공사 중단에 따른 직접 손실만 107억원이다. 외관상으로도 반쪽 아치교로 남겨 놓을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양화대교만큼 정치적 바람을 많이 탄 다리도 드물다. 양화대교는 한강 다리 중 두 번째로 세워졌고, 국내 기술로는 첫 번째 만든 다리다. 구교(왕복 4차로)가 1965년 개통됐고, 82년 신교(왕복 4차로)가 증설돼 지금의 왕복 8차로 양화대교가 됐다. 다리를 만든 목적은 전방으로 군용 물자를 원활하게 수송하기 위해서였다. 성수대교 붕괴(94년)로 한강 다리의 안전이 이슈가 됐을 때 가장 먼저 문제가 돼 구교를 철거한 후 재시공했다. 한강 유람선 사고가 처음 난 곳도 양화대교다. 86년 10월 ‘새한강1호’가 운행 4일 만에 양화대교 교각을 들이받아 승객 13명이 다쳤다.

글=김영훈·양원보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