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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계 '교포마케팅'활발

중앙일보

입력

재미 교포 姜모씨 (58)
는 서울 강남에서 국내 장기체류 외국인과 교포들을 겨냥한 비즈니스 콘도 사업을 하기 위해 최근 한국토지신탁에 땅 매입을 의뢰했다. 돈은 강씨가 대고 땅 매입.건축.분양.관리는 토지신탁이 맡기로 했다.

1998년 6월 시장개방 이후 교포들의 국내 부동산 투자 바람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교포들이 국내 토지를 취득한 면적이 지난해 3분기 59만평이었으나 올 1분기에는 80만여평으로 늘었다.

선진국에 비해 부동산 투자 수익성이 높은데다 외환위기 이후 달러화 가치가 많이 올라가 매입 부담이 줄어든 것이 큰 이유다.

이 때문에 건설업체.부동산 개발업체.중개법인들은 인터넷을 통한 홍보.광고 뿐 아니라 현지에서 투자설명회를 여는 등 '교포 마케팅' 에 본격 나서고 있다.

토지신탁은 최근 부동산 유통센터를 열고 교포들을 대상으로 빌딩.토지 매입에서부터 법률.세금.송금.관리까지 해주는 서비스제를 시행하고 있다.

조용운 팀장은 "인터넷을 통한 문의와 상담이 부쩍 많아진게 특징" 이라며 "전반적으로 부동산 시장, 특히 주택임대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고 전했다.

센추리21은 미국.캐나다.일본 등지의 체인망을 통해 교포들에게 국내 부동산을 중개하고 있다.

올 들어서만 10여건의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외국에서도 국내 부동산시장 현황과 매물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이를 촉진하고 있다.

김중근 본부장은 "주택을 사서 임대하거나 매매 차익을 겨냥한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며 특히 인터넷 상담이 하루 10여건에 이를 정도로 온라인 비즈니스가 부쩍 늘고 있다" 고 밝혔다.

다국적 부동산 중개체인인 ERA코리아도 전담 팀을 두고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미국 LA에는 국내 부동산 매물과 교포들을 연결시키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남가주 한인부동산 정보' 는 토지공사.태인컨설팅 등 국내 15개 전문기관의 홈페이지와 링크, 교포 마케팅을 펴고 있다. 환율 차이로 IMF 이전보다 50%이하의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금호개발은 미국 교포들이 국내 레저시설과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는 리조트 이용권을 최근 6개월 사이 1천6백만달러어치 팔았다. 회사는 올해 중 호주와 일본 교포들을 대상으로 이같은 상품을 팔 계획이다.

지난해 말 뉴욕과 LA 교민들에게 강남역의 쉐르빌아파트Ⅱ (22~35평형)
를 팔아 재미를 본 삼성중공업은 곧 3차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당시 청약경쟁률이 5대 1을 넘어 추첨까지 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이 아파트는 미국에서 1천5백만~3천만원씩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신영이 분당 신도시에 지은 '시그마Ⅱ' 오피스텔 1천94실 가운데 지난 한해 동안 미국 교포들에게만 28실을 팔았다.

대우건설이 서울 여의도에 짓고 있는 '트럼프월드Ⅰ' 아파트 2백58가구 중 48가구를 교포가 사갔다.

현대산업개발도 분당의 '판테온' 오피스텔과 서울 역삼동 현대벤처텔을 미국 뉴욕.LA거주 교포들을 상대로 1백26건 (2백69억원)
이나 팔았다.

이처럼 교포들이 주택매입을 선호하는 것은 만성적인 전세난에 따라 임대 시장의 전망을 밝게 보고 고정수익을 올리려는 교포들이 많아진 것을 반영한다.

기존 부동산의 직접 매입을 통한 투자와 달리 개발사업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SGS컨테크가 서울 명동 옛 상업은행 본점 건물을 고급아파트로 바꾸는 리모델링 프로젝트에도 미국교포 자금이 30%정도 투자됐다.

이 돈으로 빌딩을 매입, 아파트로 개조한 뒤 분양 수익금을 투자비율 만큼 나눠갖는 것이다.

황성근 기자 <hs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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