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낚시·요리… 만화로 즐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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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레저나 취미생활을 즐기면 어떨까. 만화로 낚시나 바둑을 즐기고 그림을 감상할 수도 있다. 갖가지 취미를 소재로 한 만화가 늘고 있다. 작품들의 눈높이도 만만치 않다.

만화 평론가 박인하씨는 "한가지 소재를 파고드는 만화는 웬만한 전문서적 못지 않게 깊이가 있다" 며 "만화를 통해 맛보는 바둑이나 낚시는 또다른 재미가 될 것" 이라고 설명한다.

재미와 정보 제공 역할까지 톡톡히 하는 이같은 '취미.레저만화' 의 전문성은 일본 작품에서 더 두드러진다. 그림과 스토리를 담당하는 작가가 분리돼 있고, 자료 수집을 맡는 스크립터의 수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만화를 통해 자신의 취미생활을 즐겨보자.

◇ 음악

〈피아노의 숲〉 (삼양출판사.이시키 마코토).
드물게 피아노를 소재로 한 만화다. 피아노를 배운 적이 있거나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더없이 반길 작품. 사창가에서 어머니와 살고 있는 소년 카이는 쓸쓸하거나 화가 날 때마다 숲속으로 달려가 버려진 피아노를 두드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른 사람이 건반을 두드리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상처를 어루만지는 피아노와 소년의 성장기가 어우러진다. 이밖에 기타리스트의 열정과 방황을 그린 허영만의 '고독한 기타맨' 과 천계영의 '오디션' 등이 있다.

◇ 미술

〈갤러리 페이크〉 (서울문화사.후지히코 호스노).
미술학도나 화가들은 물론 미술에 입문해 보려는 일반인들에게도 지침서가 될 만한 작품이다.

복제품 전문 화랑(갤러리 페이크)을 운영하는 주인공 후지타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큐레이터 출신. 졸부들에게 모조품을 속여 팔고, 진정 미술을 아낀다면 가난한 이에게도 고가의 작품을 그냥 준다.

세계적인 걸작들에 얽혀있는 비화를 비沌?미술용어에 대한 친절한 해설과 경매 현장 등 미술계 풍경이 생동감있는 지식을 안겨준다.

◇ 바둑

〈고스트 바둑왕〉 (서울문화사.오바타 다케시).

바둑 매니어는 물론 바둑의 문외한도 즐길 수 있을 만큼 자세한 설명이 눈에 띈다. 실제 프로기사에게서 감수를 받은 만큼 바둑과 관련한 대목이 매우 사실적이다.

주인공 히카루는 초등학교 6학년생. 할아버지댁의 창고에서 오래된 바둑판을 만지는 순간 쓰러지고 만다. 수백년 전의 천재 바둑기사였던 사이의 영혼이 몸 안에 들어온 것이다. 이후 히카루의 바둑 실력은 놀랍게 성장한다.
산뜻한 그림체와 바둑을 통해 소년이 깨달아가는 삶의 면면이 가볍지 않다.

◇ 낚시

〈못말리는 낚시광〉 (도서출판 대원.주조 야마자키).

대어를 낚았을 때의 묵직한 손맛을 모르는 사람도 빠져들 만큼 잔재미가 가득하다. 건설회사에서 7년째 근무 중인 하마사키는 승진도 늦고 취미도 없다.

어느날 아내에게 떼밀려 과장을 따라나선 바다낚시에서 하마사키는 낚시의 마력에 빠지고 만다. 참도미.보리멸.고등어 등 각종 낚시에 따른 미끼의 종류와 일일이 바늘에 꿰는 법, 고기를 낚아올릴 때의 뿌듯함 등이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신혼인데도 낚시에 빠져버린 이웃의 일상을 살짝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이외에 낚시 경력이 20년이라는 만화가 오세호의 〈낚시〉도 있다.

◇ 요리

〈미스터 초밥왕-전국대회편〉 (학산문화사.데라사와 다이스케).

〈맛의 달인〉 〈짜장면〉등과 함께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요리 만화의 대표 작품. 미식가라면 초밥의 맛을 평하는 새로운 기준을 접할 듯싶다. 갖가지 재료의 특성과 이를 고려한 기발한 조리법 등이 승부의 형식을 통해 소개된다.

지난해 10월 신라호텔 일식당의 안효주 조리과장은 "만화 속 조리법이 실제 도움이 됐다" 며 데라사와 작가를 초청하기도 했다. 이밖에 중국 요리를 집중적으로 다룬 〈중화일미〉와 유럽의 궁중 요리 등을 다룬 〈대사각하의 요리사〉등이 볼 만한 작품이다.

◇ 경마

〈오늘은 마요일〉 (팀매니아.허영만).

국내 만화계에서 드물게 전문적인 소재를 파고든 작품이다. 주말에 과천 경마장을 찾은 적이 있다면 더욱 재미를 느낄 만화. 경마장에서 '이박사' 로 통하는 샐러리맨 주인공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이 그려진다.
단.복.연식제에 대한 설명과 기수에 대한 정보, 배당금 등 경마에 대한 소소한 지식이 양념 역할을 한다.

실제 허영만 작가는 배금택 작가와 함께 경마에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작가의 '0시의 굽소리' '종마 부인' 등도 경마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학산문화사의 박성식 팀장은 "국내 작가의 경우 관심 분야 외에는 작품 소재로 선택하기 힘들다" 며 "스토리 작가와 그림 작가의 조속한 구분이 필수적" 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산악 자전거나 아이스 하키를 소재로 한 시도는 일부 있었으나 전문성이 부족해 조기에 막을 내린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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