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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반값 전쟁’ … “그래도 밑지진 않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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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5%의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마트들이 단기 가격파괴 대전에 돌입했다. 일부 상품은 50% 이상 싸게 파는 초특가전이다.


이마트는 30일부터 10월 5일까지 1468개 품목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물가안정기획전’을 벌인다. 국내산 삼겹살(100g)을 16% 싼 1580원에, 찰고추장(2㎏, 순창·CJ)을 51.7% 싼 8600원에 판다.

홈플러스는 10월 26일까지 진행되는 ‘물가안정 쇼핑축제’를 29일 시작했다. 매주 1000개 이상의 주요 생필품을 싸게 내놓는다. 우선 사과를 기존 가격의 절반인 개당 600원에 팔고, 자사 브랜드(PB) 상품인 ‘홈플러스 소문난라면(개운한맛)’을 평소보다 40% 싼 개당 300원에 내놨다.

롯데마트도 5600원에 팔리는 계란 30개짜리 1판을 4000원에 파는 등 500여 개 품목의 가격을 낮췄다.

 관심은 대형마트들이 어떻게 통상 판매가의 절반까지 가격을 끌어내릴 수 있느냐다.

 일차적으로는 대량 매입을 통한 원가 인하다. 대형마트들은 이번 행사를 위해 평소 대비 최대 10배가량 매입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구입 비용을 낮췄다. 협력업체도, 대형마트도 싸게 많이 팔겠다는 전형적인 박리다매 전략인 셈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평소의 10배가량 팔리는 품목도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개당 마진이 떨어져도 매출이 늘기 때문에 마진 총액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이미지 효과’도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대형마트로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미지”라며 “반값 판매를 하면 장기적으로도 더 많은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입 농수산물의 경우 ‘직(直)소싱’ 방법이 있다. 중간 수입업체를 통하지 않고 산지 생산자에게서 바로 수입하는 것이다. 이마트는 허니듀 멜론(1통 4980원→3900원)과 미국산 청포도(1.2㎏ 1만2800원→8480원) 가격을 이런 식으로 낮췄다. 시장과 수요공급에 대한 면밀한 분석도 한몫한다. 홈플러스의 ‘반값 사과’가 대표적이다. 홈플러스는 올해 추석 연휴가 9월 초순이어서 연휴 전후 수급 사정이 뒤바뀔 것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통상 사과 공급은 9월 중하순에 많아지는데, 사과 수요는 추석 연휴가 끝나면 뚝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홈플러스는 남아도는 사과 처치가 곤란해질 산지 농가들을 설득해 물량을 많이 매입해주는 조건으로 매입비용을 15~20% 낮췄다. 여기에 자체 투자를 통해 물류비·보관비·인건비 등을 줄였다.

 초특가 대전은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이 걸리는 프로젝트다. 롯데마트가 다음 달 5일까지 진행하는 청바지 대전에는 다양한 종류의 청바지 30만 벌이 9800원에 나온다. 롯데마트는 1년 전부터 중국 등을 돌며 값싼 원단을 확보하고, 봉제 비용을 낮추기 위해 인건비가 싸고 무관세 혜택이 있는 베트남 공장을 물색했다.

 그렇다면 평소에도 이런 초특가로 판매할 수는 없을까. 홈플러스 관계자는 “연중 초특가전을 할 경우 초특가가 정상 가격으로 고정이 되기 때문에 판매량이 늘어나지 않고, 결국 제조업체도 유통업체도 마진을 맞출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상렬·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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