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V작전 준비하는 유럽 … 오늘 독일 의회 표결이 분수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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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특수목적법인(SPV)이 유럽 재정위기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은 “독일·프랑스 등의 재무관료들이 SPV를 이용해 유럽재정안정기금(안정기금)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26일(한국시간) 보도했다. 이후 글로벌 증권시장은 빠르게 반등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시장이 사랑의 묘약을 먹고 깨어나는 듯하다”고 평했다. SPV 메커니즘을 이용해 안정기금을 몇 배 늘릴 가능성이 엿보여서다.


 유럽 재무관료들은 안정기금 가운데 일부를 SPV 종잣돈으로 쓸 요량이다. 일단 SPV가 세워지면 이 회사의 이름으로 채권을 발행해 가용자금을 몇 곱절 늘린다. 그리고 그 돈으로 유럽 시중은행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 등을 사들인다. 금융시장에서 독극물(재정위기국 국채)을 제거하는 셈이다.

 미국 경제전문 채널인 CNBC는 “유럽중앙은행(ECB)이 SPV가 발행한 채권을 담보로 잡고 현금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며 “그러면 SPV 채권의 매력이 커져 자금 조달엔 문제가 없을 듯하다”고 27일 전했다.

 그러나 안정기금이 아직 조성돼 있지 않았다. 독일 의회가 29일 출자에 동의할지 여부를 놓고 표결을 벌인다. 야당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연립정부 안에서 반대 목소리가 크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부결되면 안정기금 조성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28일 전망했다.

 안정기금이 예정대로 조성되더라도 SPV에 댈 돈은 그리 넉넉한 편이 못 된다. 안정기금 자산 4400억 유로(약 669조원) 가운데 90% 정도는 이미 쓸 곳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포르투갈 등에 주기로 약정돼 있다. 그만큼 SPV의 종잣돈을 쓸 여유자금이 많지 않다. 종잣돈이 적으면 이를 밑천 삼은 뻥튀기(레버리지) 효과도 크지 않을 수 있다. SPV가 완벽한 해결책은 아닌 셈이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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