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 살해당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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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을 2009년 6월 25일 사망 직후 병원에서 촬영한 사진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법정 스크린에 비치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살인사건으로 보고 사진에 ‘살인(Homicide)’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CNN은 이날 마이클 잭슨 사망과 관련해 과실치사 혐의를 받고 있는 잭슨의 전 주치의 콘래드 머레이의 재판을 생중계했다. [로스앤젤레스AP=연합뉴스]

주치의 머레이

“사람들이 내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이렇게 말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대단한 공연은 처음이야’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가수야’라고 말이죠.”

 2009년 6월 25일 사망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녹음 육성이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법정에서 울려퍼졌다. 검찰이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잭슨의 주치의 콘래드 머레이(58)의 재판에서 잭슨이 숨지기 6주 전 머레이가 녹음한 둘 사이의 전화 통화 내용을 공개한 것이었다. 믿기 힘들 정도로 쇠약하고 더듬거리는 잭슨의 목소리에 배심원단을 비롯해 법정에 있던 모든 사람이 숙연해졌다.

 잭슨에게 과도하게 약물을 투여해 숨지게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머레이의 재판이 시작됐다. CNN 등을 통해 미국 전역으로 생중계된 이날 재판에서 검찰과 머레이 쪽은 잭슨의 사망 원인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모두진술에서 “잭슨의 사망은 명백한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잭슨이 머레이에게 생명을 맡겼지만, 그가 잭슨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한 달에 15만 달러라는 엄청난 보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머레이는 잭슨에게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약물을 투여했다”고 밝혔다. 또 잭슨의 육성 녹음을 공개한 뒤 “이 통화는 잭슨이 마취제로도 쓰이는 수면제 프로포폴을 복용한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목소리에서 알 수 있듯이 잭슨은 이미 심각한 상태였는데도, 이후에도 과도한 처방은 계속됐다”고 설명했다.

 잭슨이 사망한 당일에 대해서도 “ 응급구호팀과 응급실 의사에게도 잭슨이 복용한 약물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머레이의 변호사인 에드 체르노프는 “잭슨이 자신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 머레이는 (실패하기는 했지만) 잭슨이 프로포폴을 끊도록 무던히도 애를 썼다”고 설명했다. 이어 “잭슨은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마음대로 양을 정해 프로포폴을 복용했다” 고 주장했다.

 체르노프는 또 잭슨의 사망 당일에 대해서도 “잭슨이 계속해서 프로포폴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잭슨이 애원했고, 머레이가 잠시 방을 비운 사이 두 가지 약물을 한꺼번에 복용했다는 것이다. 체르노프는 “잭슨은 프로포폴을 복용하기 전에 안정제인 로라제팜을 먹었는데, 여섯 명을 잠에 빠질 수 있게 할 만한 양이었다”며 “이로 인해 잭슨은 눈을 감을 사이도 없이 곧바로 사망했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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