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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컨텐츠'를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15일 오전 9시. SBS 퀴즈 프로그램에 이색적인 에니메이션 캐릭터가 소개됐다. 댄스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 추는 모습이 여느 캐릭터와는 다른 민첩함이 엿보인다. 백발이 성성한 겉 모습과는 달리 노익장을 과시하며 퀴즈를 내고 문제 풀이를 거드는 친근함도 여느 캐릭터와 사뭇 다르다.

예사롭지 않은 이 할아버지는 다름아닌 최첨단 에니메이션 기법으로 만들어진 ''사이버 의사''. 이름은 강 다구. 2분 출연의 동작을 표현하기 위해 제작에 필요한 시간은 총 2분. 실시간으로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첨단 기술력으로 태어난 사이버 캐릭터이다.

회사연혁1996.11 O Consulting 창립1997.8 OCON으로 상호 변경1997.10 국내 최초 가상현실 시뮬레이션 시스템 ''Cyber Shock'' 개발1998.8 OCON Communication Inc.로 법인 등록1998.11 국내 최초 사이버 댄싱 VJ 개발 및 공중파 방영 (현재까지)1999.4 세계 최초 데일리 리얼타임 사이버 앵커 ''나잘난 박사'' 개발 및 공중파 방영(현재까지)2000.2 한겨레/정통부/삼성증권 주최 디지털대상 최우수 중소기업상 수상2000.5 사이버 닥터 강다구 개발 및 공중파 방영중 바로 디지털 멀티미디어 전문 개발업체 ㈜오콘(www.ocon.co.kr 대표 김 일호)의 작품이다. 아직 귀에 익지않은 회사명 이지만 회사 이름보다도 이미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사이버 캐릭터들로 유명한 회사다.

SBS 머니센스에 이어 최근에는 뉴스추적에 출연하고 있는 사이버 앵커 나잘난 박사(99), 사이버 댄서 룰루와 라라(98)는 이미 방송 출연 경력 1년 이상의 잘 나가는 스타급 인사들이다. 강 다구 박사는 이 회사가 탄생시킨 세번째 사이버 캐릭터.

''꿈''을 실현시키는 기술력

"오콘은 멀티미디어 테크널러지를 바탕으로 차세대 영상물 개발을 목표로 하는 회사입니다. 차세대 영상물이란 보기만 하는 영상이 아닌 참여하는 영상물을 말합니다. 이용자의 음성에 반응하는 인터렉티브한 영상이지요. 이것은 단순한 에니메이션 기술이나 영상기술 가지고는 불가능 합니다. 여기에는 이미지 영상과 함께 프로그램으로 제어되는 영상물이 필요합니다. "

현재 오콘은 이러한 차세대 영상물을 교육이나 영화,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부문에 집중해 개발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중으로 데모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사이버 앵커 나잘난 박사, 룰루와 라라, 강 다구 박사 같은 사이버 캐릭터가 이용자와 직접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콘의 목표이기도 하다.

매출1999년 12억원2000년 200억원(3월 현재 40억원 달성)2001년 550억원2002년 1061억원
SF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일이 현실화 될 수 있는 것은 이 회사가 보유한 기술력 때문. 오콘의 김일호 사장은 "오콘은 단순히 에니메이션만 개발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저희는 두 가지 핵심 축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즉 영상을 구현하는 기술과 미디어 테크놀러지가 그것인데 이 양자가 결합됨으로써 미래형 영상물이 가능해 지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나잘난 박사는 미디어 테크놀러지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데일리 에니메이션 작품이다. 매일 그날의 핫 뉴스를 비평 풍자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제작해 낸다는 것은 해외에서도 기술력이나 노하우 부족으로 주간 방송에만 머물고 있다. 데일리 방송은 시도도 못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오콘은 지난해 4월부터 이미 데일리 방송용으로 제작해 오고 있다.

''킬러 컨텐츠''를 개발하라

"월트 디즈니는 미키마우스를 먼저 만들었습니다. 그런 다음에 미키마우스 북스토어, 미키마우스 캐릭터점, 미키마우스 테마파크, 미키 마우스 호텔까지 포트폴리오식 비즈니스로 다양하게 전개하고 있지요. 이처럼 사업을 단계적으로 다양화할 수 있는 핵심이 되는 캐릭터나 컨텐츠를 킬러 컨텐츠라고 합니다. 미키마우스는 킬러 컨텐츠입니다"

오콘이 주력하고 있는 것도 토털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가능한 핵심적인 컨텐츠 개발에 있다. 김 사장이 ''킬러 컨텐트''를 강조하는 이유는 상상할 수 없는 부?∞?때문.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키티'' 하나의 상품 가치는 대략 4조원에 이른다. 이는 국내 자동차 3사가 벌어들이는 매출액 보다도 많은 액수.

국내에서는 아직 세계시장에 진출할 만한 상징적인 캐릭터가 없다는 점도 오콘의 가능성을 밝게 비추고 있다. 이미 그 가능성을 사이버 댄서 룰루와 라라에서 찾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강력한 캐릭터로 손꼽히는 둘리가 성공을 거두기까지는 10여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룰루와 라라는 1년만에 라이센스 비용에 있어서 둘리를 앞서고 있는 것.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전략은 퀄리티 높은 컨텐츠의 개발입니다. 그것만 가능해지면 판매와 마케팅을 대행해줄 회사는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벤처기업들이 핵심적인 것을 등한시하면서 운동장부터 만들려는 모습은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운동장에서 뛸 선수들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컨셉''을 만드는 회사

▶김일호 대표.김일호 사장 약력1993년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과 졸업1994~96년 LG전자 디자인 연구소 연구원 1996년 O Consulting 창립현 ㈜오콘 대표이사현 한국가상현실협회(KIST) 이사
김 사장은 일부의 벤처들이 외국의 성공모델만을 그대로 수입해 단계별 과정 없이 성공사업만을 하려 든다고 아쉬움을 말한다. 장기적인 비전과 기술력 없이 요란한 포장만 하는 요즘의 일부 벤처들이 접근 방식은 좋지만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은 잊고 있다는 것이다.

"오콘은 궁극적으로 컨셉(Concept)을 만드는 회사이고 싶습니다.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회사 말이죠. 컨셉이 담긴 제품이라면 최고의 제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결국 오콘이라는 브랜드에 힘을 실어주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늘 다른 생각을 하도록 당부하고 있습니다"

김 사장 스스로가 ''다른 생각''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자금투자나 마케팅 등 신경쓰고 고민할게 많다는 이유로 달리 생각하는 것을 게을리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서 지금도 산업 디자인 공모전에 직접 작품을 출품하고 있다. 최근에는 맹인용 점자 디스플레이 지리정보시스템을 갖춘 지팡이를 출품해 높은 호응을 받기도 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내고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생각자체가 남과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당연히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는 사람들한테 즐거움과 꿈을 주기도 합니다. 적어도 우리가 만든 컨텐츠가 누군가에게 작은 미소를 보여준다는 것이 기쁨이고 매력적인 일이라 봅니다. 언젠가는 오콘 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세계인에게 이런 미소를 선사하리라 봅니다"

스스로를 경영자라기 보다는 크리에이터로 생각하는 김 일호 사장과 오콘. 대기업 못지않는 큰 그림을 간직하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이 회사의 저력이 가시화 되는 것은 시간문제 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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