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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 세계는 지금 변화중] 中. 생사를 건 리스트럭처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수익을 내라(Show me the profits)" -.

요즘 미국 실리콘 밸리의 닷컴기업 경영자들은 이 말을 주문처럼 외우고 다닌다. 수익만 낼 수 있다면 회사를 반쪽 내는 것도, 직원들을 무더기로 잘라내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닷컴기업들은 현재 리스트럭처링(구조조정)의 고통을 겪고 있다. 돈 쓸 곳을 찾아다니는 등 과거의 흥청거리던 분위기는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

지난달 나스닥에 몰아닥친 첨단기술주 폭락사태는 벤처기업들에 큰 충격을 몰고 왔다. 주가는 대부분 반토막이 났다.

주가가 90%이상 떨어진 곳도 부지기수다. 투자자들은 수익성과 기술력, 미래에 대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 기업은 이제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밸류아메리카, 비욘드닷컴, 퍼니처닷컴, 아마존닷컴 등 인터넷 소매 및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최근 20% 안팎의 감원을 단행했다.

온라인 장난감 업체 KB키즈닷컴도 이달 초 전체 직원 30%에게 해고를 통지했다. 우선 인건비부터 줄이고 보자는 심산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채용할 인력이 없다고 발을 구르던 업체들이다.

외형적 몸집 줄이기는 시작에 불과하다.

요즘 닷컴 세계에서는 광고.마케팅.운송 등 거의 전 분야에 걸쳐 효용성 재검토 작업이 한창이다.

현재 인터넷 기업이 고객 1명을 유치하는데 드는 비용은 평균 82달러. 마케팅 비용은 매출의 1백19%를 웃돈다.

광고료가 비싸기로 유명한 슈퍼보울 경기 시간대에 TV광고를 하는 등 천문학적 액수를 쏟아부은 결과다.

이제 온라인 쇼핑업체들은 TV보다 20% 가량 저렴한 잡지, 지방 라디오 광고, 개인 e-메일 홍보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아트닷컴은 퍼니처닷컴과 고객의 e-메일 리스트를 교환하는 공동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

퍼니처닷컴에서 침대 세트를 산 고객에게 그 가구와 어울릴 만한 그림.예술품을 추천하는 맞춤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TV광고 다음으로 선호하던 유명 포털 사이트 임대 계약도 섣불리 하지 않는다.

단체로 물품을 싸게 구입하는 모브숍닷컴은 지난해 익사이트앳홈(excite@Home)과 거액을 주고 파트너 계약을 했다.

익사이트앳홈을 통해 모브숍닷컴을 찾은 고객 수를 계산해 매출을 나누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니 고객 한명을 흡수하는 데 든 비용이 무려 1천달러였다. 당장 계약을 취소했음은 물론이다.

모브숍닷컴의 최고경영자 짐 로즈는 "지난해 포털 사이트들은 전자상거래 업체들에 경쟁을 붙이고 사이트 임대료를 입찰케 해 떼돈을 긁어 모았다.

앞으론 고객 유치를 보장하지 않는 한 포털 사이트의 이용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포털 사이트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린다. 스포츠용품을 파는 부닷컴의 사업개발 담당자 페퍼 에번스는 "2급 포털 사이트와 계약을 하느니 차라리 커뮤니티 사이트에 배너 광고를 하겠다" 고 말했다.

효과분석도 없이 무분별하게 광고를 게재하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닷컴 기업들은 ▶신속.정확한 배달을 위한 배급망 완비▶제살 깎아먹기식 할인경쟁 중지▶기획상품 개발 등 오프라인 마케팅 기법도 적극 이용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업체 사이에서 최고의 포털로 꼽히는 아마존은 최근 수억달러를 들여 창고를 지었다.

재고 물량을 줄이기 위해 지금까지 물품 구입을 했던 각 도매업체와 거래를 끊고 생산업체와 직접 거래해 다량 구매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다.

포장.배달.운송 시스템을 다품종 소량 배달에 맞게 재조정한 것은 물론이다.

파격적인 가격 할인, 무료 배송을 미끼로 한 회원 확보경쟁도 사라지고 있다.

바이닷컴은 매입가보다 싸게 팔고 광고로 마진을 깎아먹는 상행위의 중단을 선언한 이후 올 1분기 판매수익이 창업이래 처음으로 플러스(4.3%)를 기록했다.

자체 브랜드로 승부하려는 닷컴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중간상인을 거치지 않고 싸게 구입한 물품에 자체 브랜드를 붙일 경우 사이트 인지도도 높이고 고객들에게 더욱 저렴한 가격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기구.피혁류를 다루는 애시포드닷컴은 애시포드 컬렉션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고, 온라인 완구판매업체인 e토이스는 어린이용 가구 브랜드를 개발 중이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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