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만취 40대, 고속도 40㎞ 역주행 경찰 제지 두 번 뚫고 42분 질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25일 오후 11시40분쯤 강원도 홍천 춘천 방면 중앙고속도로. 춘천으로 가던 운전자들은 전조등을 켜고 1차로로 마주 오는 차량을 보고 기겁했다. 1차로로 가던 차량은 급히 핸들을 돌려 2차로나 갓길로 노선을 바꿨다. 또 상향등을 켜거나 경적을 울리며 마주 오는 차량에 경고했다. 그럼에도 이 차량은 고속도로 40㎞를 역주행한 후 경찰의 저지에 멈췄다. 다행히 사고가 나지는 않았지만 경찰은 광란의 질주를 42분간 막지 못했다.


 강원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상황실에 승용차 1대가 중앙고속도로 춘천 방면으로 역주행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은 25일 오후 11시40분쯤. 당시 춘천 방면으로 정상 주행 중이던 박모(39)씨는 “중앙분리대 너머가 아닌 바로 옆 차로 전방에서 차량이 역주행해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신고했다”며 “갓길로 차선을 옮겨 이 차량과 교차했다”고 말했다.

 역주행 차량 운전자 노모(40·홍천군)씨는 25일 오후 11시38분쯤 혈중 알코올농도 0.180%의 만취 상태로 자신의 테라칸 승용차를 몰고 중앙고속도로 홍천강 휴게소에서 원주시 호저면 북원주 IC까지 역주행했다.

 경찰 조사 결과 노씨는 25일 밤 중앙고속도로 홍천IC 인근에 위치한 홍천군장례식장에서 소주를 마셨다. 지인의 상가에서다. 노씨는 장례식장을 나와 국도로 진입하려다 방향을 잘못 잡아 중앙고속도로 홍천IC로 진입해 춘천 방면으로 달렸다. 뒤늦게 고속도로로 잘못 들어섰다는 걸 깨달은 노씨는 홍천IC에서 5㎞ 정도 떨어진 홍천강 휴게소 광장으로 들어갔다. 노씨는 휴게소 광장에서 차를 되돌린 뒤 입구 쪽으로 빠져나가 고속도로 역주행을 시작했다.

 중앙고속도로 춘천분기점에서 근무 중이던 순찰차량은 신고를 받은 뒤 대구 방면으로 22㎞를 달려 삼마치터널 입구에 먼저 도달했다. 경찰은 11시55분쯤 경광봉을 흔들며 역주행 차량의 정차를 요구했다. 그러나 노씨는 이를 무시하고 달렸다. 순찰차량은 다시 대구 방면으로 달려 26일 0시10분쯤 횡성 공근터널 입구에서 두 번째 역주행 차량을 제지했으나 막지 못했다. 이 사이 경찰과 한국도로공사는 자정쯤 중앙고속도로 춘천 방면 횡성IC와 북원주IC를 막아 30여 대의 차량 진입을 막았다.

 결국 경찰은 역주행 42분 뒤인 26일 0시20분쯤 북원주IC 인근 고속도로 본선에 순찰차량 4대와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제지한 끝에 노씨의 역주행을 막을 수 있었다. 고속도로순찰대 이상대 대장은 “순찰차량 1대가 50여㎞ 구간을 맡는 데다 막무가내로 막을 경우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하게 대응했다”고 말했다. 고속도로순찰대 ‘위기대응 현장조치 매뉴얼’에는 대형사고 발생 항목에 ‘역주행 발생 시 인근 본선IC를 차단하는 초동조치를 취하라’고만 돼 있다. 경찰은 만취 상태로 고속도로를 역주행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노씨를 입건했다.

이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