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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밸리 빈사무실 는다

중앙일보

입력

사무실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였던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빈 사무실이 생기고 있다. 임대 계약 만기 (통상 1년)
가 돌아오는 물건들 가운데 재계약을 포기하는 사무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무실 중개업계에 따르면 벤처 열풍 등에 따라 테헤란로변 사무실 임대료가 올해 초 크게 올라 장사가 잘 안되는 업체들의 경우 사무실 유지비를 감당할 수 없어 떠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벤처 열풍이 식으면서 테헤란로변에 입주한 인터넷 관련 벤처기업들이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사무실을 비우는 경우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테헤란로변 사무실에 들어가려는 대기 수요층이 두터워 사무실이 나오자마자 임대 계약이 곧바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무실을 구하려는 업체들이 빌딩 관리회사나 중개업소에 사전예약을 하는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

강남구 역삼1동에 있는 20층짜리 삼부 오피스빌딩에 1백평 규모의 사무실을 빌려 입주해 있는 직원 5명 규모의 한 인터넷 업체는 최근 빌딩 관리회사인 삼부토건 (주)
측에 다음달 중순까지만 사무실을 사용하고 나가겠다는 통지를 했다.

지난해 10월 입주해 아직 계약 기간 (1년)
이 많이 남아 있는 상태지만 회사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사무실을 더 쓸 수 없게 된 때문이다. 삼부토건 관계자는 "비게 될 사무실을 곧 임대시장에 내놓을 예정" 이라고 말했다.

삼성동의 18층짜리 B빌딩도 한 층의 절반인 1백평을 빌려 쓰던 벤처기업이 문을 닫으면서 최근 사무실을 비웠다. 이 사무실에는 대기업 인터넷 사업부가 입주하기로 이달 초 계약이 이뤄졌다.

또 한 기업이 단독으로 사용 중이던 삼성동의 9층짜리 빌딩 (연면적 2천평)
은 빌딩 전체가 다음달 15일 계약 만료와 함께 비워질 예정이다. 하지만 이 빌딩은 이미 모든 사무실이 새 입주자들과 임대 계약이 이뤄진 상태다. 이 빌딩 사무실의 임대차 중개업무를 맡았던 미국계 부동산 컨설팅회사인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 (C&W)
에 따르면 임대차 예약 접수를 받은 지 3주만인 지난 9일 현재 사무실이 모두 동이 났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테헤란벨리에서 빈 사무실이 그런대로 나오면서 입주업체 교체가 잦아지고 있다" 며 "벤처기업은 빠져 나가는 반면 대기업이나 외국기업들이 들어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고 말했다.

현재 이 회사는 테헤란로변의 빌딩 관리회사로부터 비게 될 사무실의 임차인을 구해달라는 의뢰를 5건 정도 받아두고 있는 상태. 반면 사무실을 구해달라는 사전 예약 건수는 30여 건에 이른다.

빈 사무실이 나오면서 테헤란로변 현장 중개업소들도 바빠지고 있다.

역삼동 선릉역 주변 사무실을 대상으로 임대차 중개업무를 하는 이원공인중개사사무소의 김해순 사장은 "지난달과 이달 들어 15건 정도의 사무실 임대차 계약을 중개했다" 며 "임차인을 구해달라는 주문을 4건 정도 확보하고 있지만 사무실을 찾는 수요자들은 하루에만 5~6명 이상 될 정도여서 수요초과 현상은 여전하다" 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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