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범죄 대처 국제공조 시동

중앙일보

입력

사이버 세계의 범죄자들이 클릭 한 번으로 국경을 넘나드는시대를 맞아 세계 지도자들은 해킹 범죄에 대해 공조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비로소깨닫기 시작했다.

선진 7개국과 러시아(G-8)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15일부터 파리에서 인터넷 범죄 대처방안에 대한 사을간의 토의에 들어갔다. 이와는 별도로 41개 유럽국가로 구성된 유럽회의(CE)는 미국, 캐나다,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과 함께 사이버 범죄규제법률을 표준화하기 위한 조약을 준비중이다.

이같은 움직임들은 물론 러브버그 바이러스의 출현 이전부터 있었지만 전세계정부와 기업 컴퓨터에 엄청난 피해를 끼친 이 바이러스 공격이 각국 정부 지도자들에게 사이버 범죄 대책의 시급성을 인식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라고 미국정보산업협회의 해리스 밀러 회장은 지적했다.

밀러 회장은 "이대로 가면 추적하기도 어렵고 범인들을 소추하기도 어려운 사이버 범죄에 점점 더 많이 휘말려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살인이나 강도와는 달리 컴퓨터 범죄는 아직까지 범죄라는 인식이 일반화돼 있지 않다. 노르웨이의 스타인 숄베르크 컴퓨터 범죄 전담판사는 이같은 범죄를 처벌하는 법률은 컴퓨터 보급률이 높은 선진국들에서만 입법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러브버그 사건의 경우 검사들이 적용 법률을 찾기 위해 고심하는 동안 수사관들은 용의자의 근거지에 대한 급습을 미뤄야 했다. 지난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해커들은 네덜란드를 거쳐 미국 정부기관의 컴퓨터를 종종 공격하곤 했다. 네덜란드에서는관계 법률이 미비해 이같은 범죄에 대한 추적과 소추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컴퓨터 전문가 톰 톨러는 "당시 해커들 가운데 일부는 매우 영악해 네덜란드가사이버 범죄 규제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다른 국가들에서도 이런 일은쉽게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지금은 사이버 범죄 처벌법을 갖추고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유럽 차원의 사이버 범죄 관련 조약은 해당국에 대해 해킹,컴퓨터 사기, 온라인 아동 포르노 등에 대한 법률을 마련해 처벌하고 증거를 보존하며 국제 공조를 위해 협력할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도와 태국 등도개별적으로 이같은 컴퓨터 범죄 처벌법 도입을 검토중이다.

컴퓨터 범죄 전문가 수전 브레너는 사이버 범죄를 담당하는 수사관들은 범죄자들에 대한 대응수단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으며 중요한 정보를 훔치고 파일을 파괴하는 범죄자들은 경찰보다 몇 단계 앞서 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설사 용의자가 붙잡히더라도 국경에 구애받지 않는 사이버 범죄의 특성때문에 수사및 재판 관할권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사이버 범죄 조약 초안은 범죄자 인도에 대한 규정은 담고 있지만 국제재판소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안을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경없는 인터넷 범죄는 이밖에도 법률적인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은 나치의 선전을 유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이같은 행위는 불법이 아니다. 저작권과 상표권 위반도 여러 국가가 관련될 경우 전자상거래 사기 사건만큼이나 어려운 문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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