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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미술 신세대 흐름전

중앙일보

입력

서울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현대미술 신세대 흐름전'(23일까지)은 젊은 작가들의 실험정신이 두드러진 전시다.

문예진흥원이 역량 있는 신세대 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1992년부터 마련해온 이 전시의 올해 주제는 '시간의 화살-엔트로피'.

2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에 이르는 작가 14명이 평면회화와 설치, 멀티미디어, 웹아트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다.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현대사회와 현대미술의 흐름에 동참하면서 그 길의 끝을 예감해보려는 시도다.

김기철씨는 소리 조각가다. 무선 헤드폰을 끼고 벽면 여러 곳에 설치된 발신기 앞에 설 때 마다 각기 다른 물소리가 들린다.

물소리를 들으면서 마음속에 그려지는 풍경이 바로 그의 작품이다. 그 모습은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 목욕하는 사람, 낙숫물 떨어지는 정경으로 변화한다.

권자연씨는 공간을 메우고 있는 에너지, 즉 氣의 흐름을 미학적으로 조형하려고 애쓴다.

그의 작품은 벽면 위에 그려진 추상화와 그 위에 돌출한 선반 같은 오브제들이 결합, 바닥의 생태적 설치물과 조응하는 구조를 띤다.

감상자의 움직임에 따라 공간 속의 기가 흔들림을 암시하고 있다.

박용석씨는 건물의 옥상마다 놓여있는 물탱크를 설치미술의 대상으로 보아 사진과 회화를 결합하는 독특한 시도를 보이고 있다.

양희아씨는 피뢰침 식물, 호박탱탱구리 등 상상의 식물을 선보이고 이들의 관계를 기이한 동화로 풀어간다.

김미형씨는 나뭇잎에 구멍을 뚫는 행위를 통해 자연과 인간, 예술작업 간의 관계를 복합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김혜경 큐레이터는 "해마다 참여작가의 연령이 젊어지는 현상은 세대교체의 물줄기가 미술계의 기저로부터 솟아오르고 있다는 증거"라고 진단하고 "획일적인 사고와 감각, 안정지향적인 사고로는 계속 살아갈 수 없는 21세기 유목사회에 돌입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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