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B 출신 푸틴 … 웃통 벗고 낚시 즐기는 ‘마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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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시베리아의 예니세이강에서 웃통을 벗은 채 낚시를 하고 있는 푸틴 총리. [중앙포토]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러시아 초대 대통령인 보리스 옐친(Boris Yeltsin)이 키운 지도자다. 옐친은 1996년 크렘린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푸틴을 6개월 만에 부비서실장에 임명했다. 98년에는 옛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 후신인 연방보안국(FSB) 국장을 맡긴 데 이어 이듬해 총리로 발탁했다. 99년 말 건강이 나빠진 옐친이 전격 사임하면서 대통령 직무대행을 떠맡은 푸틴은 이듬해 3월 대선에서 53%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크렘린에 입성한 푸틴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극심한 경제난과 정치 혼란으로 위기에 빠진 러시아를 안정시키며 국민의 신뢰를 쌓았다.

 때마침 찾아온 고유가 덕분에 98년 디폴트(채무불이행)까지 몰렸던 경제는 성장 가도를 달렸다. 푸틴의 대통령 재임 시기(2000~2008년) 러시아 경제는 연 7%대의 고속성장을 누렸다. 99년 2000억 달러이던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은 2008년 1조5000억 달러로 7배 이상 늘었다. 1인당 소득은 2000년 960달러에서 2008년 7680달러로 증가했다. 푸틴은 석유를 무기화해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발언권을 키우기도 했다.

 이런 성과로 푸틴에 대한 지지율은 80% 안팎에 이르며 그를 러시아를 위기에서 구한 구세주로 칭송하는 여론이 번져 갔다.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푸틴은 2008년 5월 3기 연임을 금지한 헌법 조항에 따라 크렘린을 떠났다. 후임엔 동향(상트페테르부르크)에 레닌그라드대(현 상트페테르부르크대) 법대 후배로 20년가량을 동고동락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앉혔다.

 유도 유단자인 푸틴은 스포츠광이다. 웃통을 벗고 낚시를 하고 할리데이비슨을 타며 모터사이클 퍼레이드에 나서는 등 근육질의 모습을 보이며 ‘마초’ ‘터프가이’란 별명을 얻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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