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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까지 뻗어나간 북한산 짝퉁 화장품·담배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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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포토]

북한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유명 화장품과 국산 담배를 모방한 위조 담배 등 북한산 '짝퉁'이 중국 국경 지역에 판치고 있다. 경공업을 앞세워 '자력갱생'을 외치던 북한의 허울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22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북한 신의주와 가까운 중국 단둥에서는 '봄향기' 브랜드를 모방한 치약, 비누 등이 판매되고 있다. 원산지는 실제 봄향기 브랜드를 생산하는 '신의주 화장품공장'으로 돼 있어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모두 가짜다. 중국 화교 한 모씨는 "신의주 화장품 공장이 가동을 멈춘 지 한참 됐다"며 "지금 장마당에 나온 제품들은 대부분 노동자들이 집에서 자체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신의주화장품공장 노동자들은 봄향기 비누와 화장품 원료를 몰래 훔쳐 집에서 만든 뒤 이를 내다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공장 보위대들과 짜고 밤에 빼내거나, 도시락 안에 넣어 반출하기도 한다. 집에서 치약 내용물을 비닐 용기에 넣고 연탄불에 인두를 달구어 지져 포장한다고 한다. 한 탈북자는 "가짜 치약은 포장도 진짜 제품처럼 깔끔하지 못하고 내용물도 충분히 들어가지 못해 이를 닦을 때 구역질이 나기도 한다"며 "그나마 훔칠 물건이라도 있는 공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사정이 괜찮은 편"이라고 전했다.

진짜 봄향기 화장품은 원료를 일본에서 들여오지만 북일관계가 악화되면서 최근 생산이 중단됐다. 그런데도 북한은 봄향기 화장품을 김정일의 업적으로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때문에 탈북자들 사이에서는 "봄향기 화장품 정품은 장군님이 공장에 올 때만 구경할 수 있다"는 우스개 소리도 돈다.

단둥에서는 북한에서 들어온다는 크라벤A·크라운·말보로 등 양담배와 한국산 에쎄(ESSE) 담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모두 가짜일 가능성이 크다. 이곳에서 파는 에쎄의 담배갑에는 담배의 해로움을 강조하는 경고문이 없다. 한국 담배인삼공사(KT&G)는 2009년부터 해외에 수출되는 담배에도 경고문구를 표시하고 있다. 중국 단동의 한 주민은 "한국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누군가 가짜 에쎄를 제조해 뿌렸다"고 전했다.

과거 북한은 일본 담배인 마일드세븐과 세븐스타, 영국담배를 모방해 대량 유포시킨 전력이 있다. 가짜 담배는 북한의 주된 외화 벌이 상품이기도 하다. 고급 양담배를 흉내내려면 원료에서 기계설비까지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평범한 개인들이 하기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한 탈북자는 "평양에 있을 때 노동당 39호실 산하 대성담배 공장에서 영국담배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직접 보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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