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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 줄 수 있는 능력’ 서로 갖춰야 참된 공생 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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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은 산업 생태계를 이루는 2, 3차 협력사와도 공생발전을 꾀한다. 그래서 삼성은 지난 4월 동반성장협약식에 2000여 2차 협력사를 초청했다. 사진은 협 약식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앞줄 왼쪽부터 김순택 삼성 미래전략실장,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2007년 초 삼성전기 수원사업장의 ‘윈-윈(win-win) 플라자’. 삼성전기와 협력업체 삼영전자의 임원들이 만났다. 윈-윈 플라자는 삼성전기가 협력회사와 공동 연구개발(R&D) 활동을 하기 위해 만든 곳. 이날 두 회사가 만난 이유도 LCD-TV용 특수 부품의 공동 개발을 논의하려는 것이었다. 이 부품은 당시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던 것. 단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국산화가 필요했고, 향후 더 얇은 LCD-TV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더욱 자체 기술을 가져야만 했다. 이 부품의 크기를 줄여야만 LCD-TV를 얇게 만드는 게 가능했던 것이다.

장시간 논의 끝에 두 회사의 임원은 ‘힘을 합치면 충분히 자체 개발을 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곧바로 삼영전자의 R&D 직원들이 삼성전기의 R&D 시설 안에 입주했다. 삼성전기는 해당 부품 관련 정보를 입수해 삼영전자에 전달하는 한편으로 R&D 관련 자금을 지원했다. 삼영전자는 이 부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중소기업, 그러니까 삼영전자 자신의 협력 중기까지 R&D에 같이 참여시켰다.

1년이 채 안 돼 국산화에 성공했다. 삼성전기와 삼영전자, 그리고 삼영전자의 협력중기는 R&D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결국 부품의 크기를 줄여 과거엔 4㎝가 넘었던 LCD-TV 두께를 1㎝로 만들 수 있게 됐다.

제품 슬림화에 성공한 덕에 이 부품을 사용한 삼성전기 제품의 매출은 2007년 1365억원에서 지난해 2400억원으로 늘었다. 삼영전자의 삼성전기 납품액은 같은 기간 112억원에서 334억원으로 3배가 됐다. 삼영전자의 협력중기 역시 매출 증대가 이뤄졌음은 물론이다. 삼영전자 김창환 영업기술팀장은 “공동 R&D의 결과로 회사가 성장하면서 20여 명을 더 채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1·2차 협력사가 힘을 합쳐 동반성장을 이뤄내고 ‘일자리’라는 선물까지 사회에 제공하는 ‘공생 발전’에 성공한 것이다. 이는 특히 R&D를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주도한 것이 아니라, 대기업-협력사-2차협력사로 이뤄지는 산업 생태계 구성원들이 함께 일궈낸 것이라는 점에서 ‘공생’의 모범으로 꼽히고 있다.

아몰레드(AMOLED·능동형 유기발광 다이오드) 부품 중기인 노바테크인더스트리의 사례도 있다. 이 회사는 자체 기술로 삼성SDI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에 납품하는 부품 가격을 매년 30%가량 낮췄다. 그 과정에서 노바테크인더스트리는 R&D에 전념했고, SMD 등은 기술이 새나가지 않도록 보안 시스템을 만들어주는가 하면, 노바테크가 제품을 생산할 때 원자재를 싸게 살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결국 삼성 측은 아몰레드 분야 세계 최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노바테크는 2005년 5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지난해 300억원대로 급성장했다. 중기의 기술과 대기업의 지원이 결합돼 공생발전을 일군 것이다.

이처럼 산업계 곳곳에서는 대기업과 협력사가 서로 윈-윈하는 공생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그 핵심에는 협력사의 기술력과 경쟁력이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양금승 중소기업협력센터 소장은 “실제 생태계에는 수많은 생물들이 있으나 공생은 서로 도움이 되는 상대방끼리만 이뤄진다”며 “산업계의 공생도 대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을 협력사 스스로 갖췄을 때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도와주기만을 바랄 것이 아니라, 대기업이 공생의 파트너로 탐낼 만한 경쟁력을 중소기업이 창출해냈을 때 참된 공생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혁주 기자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취약 계층에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 사회에 공헌해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기업을 뜻한다. 국내에서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으려면 근로자 중 취약 계층이 30% 이상이거나, 제공하는 서비스의 수혜자 중에 취약 계층이 30% 이상이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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