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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민여성 고충 잘 알아 … 실질적 해소방안 찾아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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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중국 출신 결혼이민여성이 21일 경북도청에서 김관용 지사로부터 공무원 임용장을 받았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에서 간간이 있었던 시간제 계약직과는 신분이 크게 다른 전임계약직이다. 업무는 도청 여성청소년가족과에서 다문화 관련 상담과 통·번역, 국제협력 등을 맡는다. 경북도는 본래 7급이 맡고 있던 이 자리를 결혼이민여성으로 채용하기 위해 8급 상당에 계약기간 3년으로 규칙까지 고쳤다.

 광역자치단체의 결혼이민여성 1호 공무원이 된 주인공은 김명(金銘·38·상주시 신봉동·사진)씨다. 김씨는 7대 1의 경쟁을 뚫었다.

 김씨는 1998년 한국으로 들어와 결혼이민여성이 됐다. 고향은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에서 기차로 7시간을 가야 하는 곳이다. 이른바 조선족이지만 중국 학교를 다녀 한국말은 거의 배우지 못했다.

 김씨는 하얼빈에서 2년제 대학 영문과를 졸업했다. 남편(55)은 문경의 한 병원에서 방사선 실장으로 있다. 김씨는 한국에 들어온 이듬해 한국 국적을 얻었다.

 자녀는 1남1녀다. 어머니 김씨는 모국어인 중국어를 작정하고 아이들에게 가르치지 않았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그저 한국 아이들과 똑같이 자라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6학년인 딸(12)과 3학년인 아들(9)은 다행히 공부도 1, 2등을 다투고 반장·부반장을 맡고 있다. 김씨는 요즘 들어 아이들에게 기초 중국어를 가르친다.

 시어머니는 3년 전에 돌아가셨다. 시어머니는 생전에 가까운 시누이 집에서 지내느라 김씨는 시집살이의 어려움은 별로 없었다.

 김씨는 아이들이 자란 뒤 공부로 눈을 돌렸다. 그는 경북대 상주캠퍼스 식품공학과에 편입해 2008년 졸업했다. 다시 영남대 중문과 대학원을 수료하고 올해는 영남대 국문과도 졸업했다. 조리와 한국어를 제대로 알고 싶어서였다. 이런 학구열이 4년제 대졸자를 뽑은 이번 채용에서 큰 힘이 됐다. 거기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자질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씨는 “한국에서 살아 보니 언어뿐만 아니라 문화·가치관 등이 차이가 커 적응이 어려웠다”고 털어 놓았다. 남녀가 평등한 중국과 달리 가부장적인 문화가 그 중 하나다. 자녀 교육도 힘들었다.

 그는 “결혼이민여성의 한 사람으로 겪은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방안을 찾아 보겠다”며 “기회가 주어진 만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에 집을 얻어 아이들과 같이 지내며 주말부부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할 계획이다.

 김 지사는 이날 임용장을 전달한 뒤 “이번 채용은 결혼이민여성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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