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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가치 내리막길 … 수출주·달러채권 주목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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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21일 원-달러 환율이 전날 대비 1.5원 오른 1149.9 원으로 마감됐다. 이번 주 들어 사흘 연속 상승이다. 서울 외환은행 딜링룸을 이중노출로 촬영했다. [뉴시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연중 최저치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가치는 전날보다 1.5원 떨어진 1149.9원으로 장을 마쳤다. 전날의 연중 최저치(1148.4원) 기록은 하루 만에 바뀌었다. 이날 원화는 전날보다 6.4원 오른 채 거래가 시작됐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감은 끝내 원화의 발목을 잡았다. 낙폭은 전날(11.4원)에 비해 줄었지만 원화 가치는 사흘 연속 하락했다.

 환율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각 증권사에선 금융위기 재현을 걱정하는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홍순표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현재 환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트라우마의 재현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거나 또 다른 트라우마의 재현 가능성을 떠올리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과 달리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의 성격을 보였던 채권시장에서도 금리가 일제히 오르고 있다”며 “유로존에 대한 의구심은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당분간 원화 가치의 하락세는 지속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부가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물가 상승보다 원화 가치 상승으로 인한 경상수지 적자를 더 큰 문제로 보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도 중요하지만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는 (달러를 확보할 수 있는) 대외균형이 더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원화 가치가 내려가는 속도는 떨어질 것이란 게 대다수 전문가의 전망이다. 김수영 KB투자증권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개선된 외환 건전성을 고려한다면 원화 가치 하락 속도는 조절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대일 대우증권 연구원도 “단기적으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등이 환율 안정에 보탬이 될 듯하다”며 “내부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되고 외채 건전성도 개선돼 원화 가치 급락 위험이 작아졌다”고 평가했다.

 원화 가치가 내림세를 보이면서 투자자의 관심은 자산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에 모아진다. 직접 달러를 사고팔지는 않더라도 주식이나 펀드, 예금 상품 등을 고를 때 환율 흐름이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증시가 주저앉은 뒤부터 ‘찬밥 신세’였던 수출 관련 기업은 원화 가치 하락 덕을 볼 듯하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원화 가치가 떨어진 상태에서 글로벌 시장이 안정을 되찾게 되면 수출 기업의 환율 메리트가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수출 기업의 주가는 원화 가치가 떨어진 추석 연휴 뒤부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21일까지 전기전자업종과 자동차 회사가 포함된 운수장비업종의 평균 주가는 각각 8.78%와 8.65% 올랐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과 내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화학업종도 7.25% 상승했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같은 기간 6.01% 오르는 데 그쳤다.

 펀드와 달러화 예금 등에 새로 가입하려는 투자자는 투자 기간을 고려해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의 한 임원은 “해외 채권형 펀드는 단순히 채권에 투자해 얻는 이익에 더해 채권에 표시된 통화의 가치 변화로 인한 수익을 동시에 노리는 전략을 취한다”며 “단기적으로 달러 강세가 예상되므로 달러 표시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달러보다 원화나 위안화 등 신흥국 통화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커 장기 투자를 하려면 신흥국 통화 표시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가 더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태옥 신한은행 파이낸스골드센터 PB팀장은 “달러화 예금은 미국이 유동성을 다시 줄이는 시점을 겨냥해 투자하는 게 좋다”며 “3년 정도 기간을 두고 달러화 예금을 적립식으로 가입하면 일반 적립식 펀드보다 더 나은 수익률을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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