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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안철수와 스티브 잡스의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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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박완규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국민 MC’로 불리며 지상파 3사의 간판 격 연예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던 개그맨 강호동씨가 전격적으로 잠정 은퇴를 선언해 파장이 일고 있다. 탈세로 인한 수억원의 세금 추징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 네티즌이 강씨 수사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해 결국 연예계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또 한 가지 최근의 유별난 현상은 서울대 안철수 교수의 등장, 박원순 변호사와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발표, 그리고 이에 따른 주가의 요동이다. 안 교수가 언론에서 강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을 때 그와 관련된 회사의 주식이 연일 급등했는가 하면, 그가 서울시장 불출마 선언을 한 이후에는 관련 주가가 하락하는 동시에 박 변호사 관련주가 급등하는 상황이 나타났다. 이것은 얼마 전 스티브 잡스가 사임하겠다고 밝힌 직후 애플 주가가 5% 이상 급락한 것과 대조된다.

 개그맨 강씨의 경우나 안 교수 바람이나 모두 한순간에 휘몰아치는 광풍과도 같은 우리 사회 여론의 쏠림현상이라는 데 맥을 같이한다.

그 중심에는 인터넷 매체들이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는 계층은 주로 젊은이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전체 국민의 일부에 불과하다. 여론 형성에 참여하는 사람들 중 다수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에 기초하기보다는 일시적 감정에 따른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안 교수 관련 주가의 요동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다. 스티브 잡스의 경우처럼 유능한 최고경영자가 회사를 그만두면 그 회사의 주가는 떨어져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안 교수의 경우 그 반대였다. 이 현상을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하다. 정경유착을 기정사실화하는 일반적 인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아니면 그저 돈 버는 것이 목적인 소위 일부 작전세력의 농간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여튼 정상적이고 건전한 사회에서는 예상할 수 없는 현상이다.

 현대 사회에서 정치와 경제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정치가 경제를 선도하기도 하고, 때로는 경제가 정치를 받쳐 주기도 한다. 어떤 핵심적 지위에 있는 정치인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려고 하는 정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민간회사의 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정책의 집행과정에서 민간부문과의 협력이 필요할 것이고, 이로 인해 해당 기업의 주가는 시장원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안 교수 등은 아직까지 경제와 관련된 어떤 구체적 정책도 제시한 적이 없는데도 회사의 주가가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국민의 관심사인 급식과 의료 등 복지문제나 더 나아가 국가의 비전에 대해 한마디 제시한 적이 없다. 돌연 강력한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부상하고 그에 따라 주가가 널뛰기를 하는 현상은 우리 사회의 비이성적 열광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한 분야에 일생을 바쳐 위대한 업적을 내는 장인정신이야말로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한 일이다. 만일 스티브 잡스가 건강이 회복돼 차기 대선에 출마한다고 하면 한국과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미국의 미래상이나 경제난을 타개할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그의 명성만으로 오바마의 대항마로 부상할 수 있을까. 선뜻 상상하기 어렵다.

박완규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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