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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선 값 비싸도 친환경 소형차 선호 뚜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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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GM대우(현 한국GM)의 초대 사장(2002~2006년)을 지낸 닉 라일리(60) GM유럽 총괄 사장을 1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만났다. 라일리 사장은 “유럽에서는 연비가 나쁜 대형차를 운전하는 것을 반사회적(anti-social) 행위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어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친환경 소형차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모터쇼에 전기차가 대거 선보인 것도 유럽, 특히 네덜란드 같은 나라에서 이산화탄소(CO₂) 규제가 대폭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2차전지 같은 전기차 관련 투자가 확대됐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기름 소모가 적은 소형차 개발에 불이 붙었다는 것이다. 이번 모터쇼에는 과거 대형차에 주력했던 BMW·아우디·벤츠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다양한 전기차·소형차를 들고 나왔다. GM도 올해 말 유럽 출시 예정인 전기차 볼트를 내놨다.

 그는 “아직 전기차 수요는 많지 않지만 선진국들이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앞다퉈 인센티브를 늘려 2, 3년 후 나올 차세대 전기차는 기존 가솔린차와 비슷한 가격에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량의 소형화는 단순히 값이 저렴한 차를 만드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는 “한국은 아직도 대형 세단 선호층이 많지만 유럽은 소형차를 원하는 다운사이징 추세가 확연하다”며 “중형차와 가격이 비슷하더라도 작지만 기능에 충실하고 디자인이 좋은 소형차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10년 전만 해도 자동차 회사들은 소형차를 생산하면 이익을 내지 못한다는 편견에 사로잡혔지만 기술의 발전과 소형차 가격 상승으로 이제는 옛말이 됐다”며 “소형차에 강한 한국GM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달라진 GM의 기술제휴 방식이 GM의 성장동력이라고 언급했다. 라일리 사장은 “GM은 과거 모든 기술을 회사 내(in-house)에서 구현하려 했지만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와는 차량용 정보기술(IT), LG와는 2차전지 기술을 제휴하면서 신차 개발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했다. 실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급속히 변화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거액의 개발비용을 줄이기 위한 합종연횡(合從連衡)을 가속화하는 추세다.

 라일리는 또 “유럽에 처음 왔을 때도 노사문제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국에서 배운 노사관계 노하우를 적용해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그는 부임했을 때 약속한 대로 2006년 5월 경영이 정상화되자 대우차 정리해고자 전원(1600여 명)을 복직시켜 화제가 됐다. 유럽에서도 노사화합을 통해 20% 생산감축과 비용절감을 이뤄냈다.

프랑크푸르트=채승기 기자

닉 라일리=영국인으로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GM에서 ‘특급 소방수’로 불린다. 적자투성이 GM대우를 맡아 2년 만에 흑자를 냈다. 판매 대수도 2002년 41만 대에서 2006년 160만 대로 세 배 이상 키웠다. 2009년 12월 GM유럽 사장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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