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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세설(世說)

‘청소년헌장’ 실천운동 전개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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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조주행
중화고등학교 교장

몇몇 시·도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서두르고 있으나, 그 형식이 모두 같을 뿐 아니라 내용도 현장 교원의 교권을 크게 훼손·침해하고 있어 우려된다. 시안이 보충수업·교과 외 활동, 두발·복장, 휴대전화·전자기기 소지의 자유 선택권 보장과 경쟁교육 금지를 규정한 것은 교육내용, 지도방법 등을 결정하는 교사의 교권을 규정한 교육기본법·초중등교육법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특히 판단력·분별력이 미약하고 행위책임이 면제되는 어린 학생들의 정치활동을 허용하면 외부 정치세력이 직·간접으로 학교에 침투해 학생들을 선동할 것이다. 또 크고 작은 교내 문제를 이슈로 학생 집회가 일상화되면 학교가 정치시장화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기우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학생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학습권은 침해되고, 교권은 더욱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될 것이며 이런 상황은 결국 학교교육 경쟁력의 황폐화로 이어질 것이다.

 학교교육의 제도, 내용, 방법은 오랜 기간 국민의 중지를 모아 축적된 역사의 산물이다. 학교교육은 소극적으로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학생의 자아실현을 돕는 큰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세계인권협약 관련 문건들은 적기에 필요한 발달과업을 이행시킬 것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적·정서적·신체적으로 미성숙한 학생들이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다소 강압적 방법을 써서라도 필요한 과업을 이행시키는 것이 부모의 도리요 교사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학교교육이 소극적으로 학생의 요구를 수용하는 데 그친다면 교사의 전문성이나 부모의 경륜은 사장되고 전통문화의 계승은 단절되며 학생들은 진취적 기상과 포부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이런 우려는 전혀 기우가 아니다. 미국 고등학교 학생의 중도 탈락률은 이미 50%를 넘었으며, 런던 대낮 범죄의 38%가 등교하지 않은 10대 학생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어 서구 사회학자들은 청소년 문제를 국가 위기의 원인으로 지적한 바 있다.

 학생의 인권을 충실하게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시·도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의 미련을 버려야 한다. 그 대신 대국적 견지에서 오래전에 이미 선포된 ‘청소년보호헌장’을 보완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헌장이나 규약을 제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조주행 중화고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