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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표 포탈 고객관리 비상구가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터넷 거품 논쟁''이 대두되면서 인터넷 업체의 사업 모델에 대한 검증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외형 성장에 주력해 왔던 포탈들도 광고 매출 위주에서 벗어나 사업 다변화에 나섰다.

하지만 컨텐츠, 커뮤니티, 전자상거래 등으로 집약되는 이들의 접근 방식도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다. 변덕이 심한 인터넷 사용자를 자사 사이트로 계속 붙잡아두기 위해서는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당근이 필요하다. CRM(고객관계관리) 기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보통 인터넷 사용자가 웹브라우저를 열었을 때 처음 만나게 되는 포탈(Portal)은 국내 인터넷 산업계를 대표하는 업체로 꼽힌다. 다양한 정보와 커뮤니티가 한 울타리에 모여 있으며, 전자상거래뿐만 아니라 검색, UMS(통합메시징시스템) 서비스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비즈니스를 전개한다. 다음을 비롯해 네띠앙, 골드뱅크, 드림위즈 등이 커뮤니티 포탈이라면, 야후, 라이코스, 네이버 등은 검색 포탈로 분류할 수 있다.

출발은 다르지만 이들 업체의 수익 모델은 페이지뷰 확대를 통한 광고 수익으로 정리할 수 있다. 광고는 포탈의 매출에서 가장 중요한 원천으로, 심지어 거의 전부를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사이트도 있는 형편이다(그림).

인터넷의 주된 광고 형태로 꼽을 수 있는 배너 광고와 스폰서십을 통해 광고주들은 광고의 원래 목표 뿐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 향상이라는 이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회원과 페이지뷰를 자랑하는 포탈에 광고주가 몰리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포탈이 다양한 서비스와 컨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상위 5대 인터넷 업체로 자리잡아 페이지뷰를 확대해 광고주를 끌어오기 위해서다.

회원수가 사이트 경쟁력?

최근 들어 이들 포탈이 다양한 커뮤니티 구축과 부가 서비스, 검색 서비스, 상거래 서비스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광고 수익 확대를 위한 또 하나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커뮤니티는 공동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 의사소통하고 정보와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장이다. 포탈들은 뉴스와 각종 정보, 기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개인대 개인의 통신이 갖는 가치와 커뮤니티에 참여하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을 강조한다.

커뮤니티가 형성되면 전자우편 및 검색을 위한 단순 방문자와 달리 회원간 다양한 활동들이 이뤄져 고정 회원을 확보할 수 있고, 페이지뷰를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커뮤니티를 통해 구성원들이 지불하는 등록비, 커뮤니티안에서 판촉 활동을 벌이는 기업이 지출하는 광고와 후원비, 커뮤니티 성원에게 판매가 이뤄진 경우 마진과 거래비 등을 수익으로 얻을 수 있다. 포탈이 커뮤니티 구축을 큰 목표로 잡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커뮤니티 구축 사이트로 꼽히는 다음은 1999년 6월 커뮤니티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카페 수가 8만 7256개에 달하며, 1000명 이상 카페수가 280개, 1일 평균 카페 개설 수가 3만 7000개나 된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야후도 조만간 동호회 서비스를 오픈해 야후! 채팅과 연계해 곧 본격적인 커뮤니티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포탈사이트의 전자상거래 서비스가 강화되고 있는 것은 최근 들어서부터.

인터넷에서 전자상거래는 이미 입증된 사업 모델로 꼽힌다. 포탈은 상점으로 이어지는 쇼핑 구역이나 별도의 몰을 형성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내세우는 장점은 자사가 보유한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타깃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제품과 상품 추천, 로열티 등이 공유되면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

똑같은 서비스는 더 이상 싫다

대부분의 포탈이 다양한 서비스를 내세우는데 역량을 집중하는 것과 달리 사용자들의 이들 사이트에 대한 로열티는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사이트가 점차 많아지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것. ''상위 5위권 내에 드는 포탈이 되면 광고수익만으로 먹고 살 수 있다''는 태도는 위험천만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이 미디어로써 또는 생활공간으로 그 활용폭이 넓어지면 거대 포탈보다는 내 몸에 맞는 특정 분야의 포탈을 찾거나 내가 가고 싶어하는 특정 사이트에 머무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시대는 웹사이트를 구축해놓고 불특정 다수를 불러내야 한다. 인터넷 사용자를 사이트로 유인하고, 계속 머무르게 하기 위해서는 특별 수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어떤 웹사이트를 방문하기 좋아하는가'' 필요한 정보가 가득하거나 당신의 일과 관련된 정보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사이트? 단골 방문객을 특별히 우대해주는 사이트? 아니면 누가 들렀다 가든지 방문객 개개인에게 신경쓰지 않는 사이트? 적어도 세 번째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컨텐츠, 커뮤니티, 상거래는 포탈이 주력하는 3대 핵심 모델이지만 특별할 것은 없다. 똑같은 서비스라면 특별히 그 사이트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 일반화된 서비스나 거래가 가능한 사이트라고 해도 보다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하면 고객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 자사 사이트에서 직접 상품을 판매하지 않더라도 제휴 사이트를 통해 광고 수익이나 수수료 수익을 더 얻을 수 있게 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질적으로 향상된 고객 서비스,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소비자들의 로열티 및 신뢰도를 높여 기존 가입자를 유지하고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포탈이 고객만족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인터넷과 CRM ''뗄레야 뗄 수 없다''

세 불리기에 온 힘을 쏟고 있는 포탈 사이트들이 인터넷 사용자의 로열티를 끌어 모으는 작업에 돌입한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이트만 열어 놨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소리소문 없이 트래픽이 늘어나 시스템을 증설할 수밖에 없었다는 ''졸부형 인터넷 사업''은 더이상 옛날 얘기에 불과하다. SAS코리아의 최철수 이사는 "인터넷이 있는 한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은 뗄레야 뗄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 "웹사이트 방문자들은 변덕이 죽 끓는다. 언제든 다른 사이트로 이동할 준비가 돼 있다. 게시판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언제든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 제공자에게 불리한 소문은 일파만파로 퍼지게 된다. 보다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이들은 하루아침에 이름뿐인 회원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경고한다.

국내 검색 포탈의 1인자로서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야후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야후는 늘어나는 페이지 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야후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우선순위가 히트수를 높이고 사이트 성능을 높이는 방법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야후가 방문객들을 그룹별로 나눠 히트수가 많은 고객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로열티는 훨씬 높아질 것이다.

현재 140만 명의 회원수를 내세우고 있는 골드뱅크. 이 포탈은 이벤트 상품이나 여행 상품을 알리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회원에게 무차별 살포하는 것 외에 특별히 회원 관리에 신경쓰지 않는다. 게시판에 오른 글에 대해 추천을 많이 받은 사람에게 사이버머니를 더 지급하거나 쇼핑몰 이용시 할인율을 조금 높여준다는 정도다. 골드뱅크는 DB 분석, 로그 측정 등을 통해 클릭수, 머무는 시간 등 활동성에 따라 4등급으로 회원을 레벨화하는 작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당장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23만여 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는 엠파스는 전체 회원에게 신규 컨텐츠 소개와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메일링 서비스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엠파스는 향후 DB를 활용하고 시티스케이프와 플라자에서 일부 전자상거래를 추진하는 등 추가 서비스를 고려중이라고 밝혔으나 회원 관리보다는 엠파스 사이트의 기능 강화와 광고 매출 증대에 더 많이 신경 쓰는 눈치다.

고객관리를 위한 일보 전진

이런 가운데, 포탈들이 고객관리의 필요성을 느끼고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국내 최대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다음은 언제, 어떤 방식을 사용할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이코스는 기존 고객DB 기반 ''맞춤형 광고 서비스''로 수익 모델을 창출할 예정. 일례로 라이코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개인이 선호하는 분야의 광고가 화면에 등장한다. 또한 연령별, 직업별로 다른 유형의 광고 메일을 발송, 고객이 관심을 갖는 분야의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며 각 개인 혹은 동호회 홈페이지의 취지에 부합하는 배너 광고를 올려, 이로부터 나오는 수익을 해당 개인과 동호회에 나눠주는 광고 파트너십 정책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드림위즈의 개인형 맞춤 서비스도 고객관리를 위한 접근으로 볼 수 있다. 드림위즈는 3세대 인터넷 포탈을 내세워 사이트를 엮어주는 단순한 포탈 개념에서 벗어나 개인 성향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네이버의 마이네이버.com은 고객의 성향을 분석해 개인화된 서비스에 근접한 서비스를 진행중이다. 올 초 대대적인 서비스 개편을 발표한 한국MSN은 커스터 마이징을 통해 개인 웹데스크라고 할 수 있는 ''MY MSN''를 서비스할 계획이다. MY MSN은 개인이 필요한 컨텐츠를 선택해 홈페이지를 재구성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고객이 처음 접하는 홈페이지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기법도 이용되기도 한다. 이는 고객이 선호하는 상품과 컨텐츠 서비스를 최대한 제공한다는 것으로, 아마존의 추천 서비스가 전형이다. 국내서는 SK가 OKCashbag.com 서비스 중 쇼핑OK와 뮤직OK 사이트를 통해 1:1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고객의 행동 패턴이나 성향을 스스로 학습해 고객이 선호하는 컨텐츠나 상품을 실시간으로 추천해준다. SK측은 추천 정확도 측면에서 아마존의 81%보다 높은 87%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SK 측은 1:1 추천 서비스를 통해 체류 시간이 크게 향상됐다고 평가한다.

인츠닷컴은 웹사이트의 전면 교체 작업과 함께 고객관리를 목표로 한 데이터 웨어하우스 구축 프로젝트를 시작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인츠닷컴의 프로젝트는 데이터 웨어하우징을 통한 고객 데이터 통합과 마이닝 기법을 이용해 명실상부한 CRM을 구현하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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