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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스트레스 푸는 '사이버 해방구'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에서 정보와 생각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려는 시도는 줄곧 있어 왔다. 나눔터에 들어가면 서로 다른 생활 패턴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고 나와 비슷한 처지에서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때로는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사이버 공간의 ‘커뮤니티’는 오프라인의 모임보다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사이트들은 출발 때 회원들을 잇는 연결고리가 명확하지 않았다. 인터넷 사용자이기만 하면 사이트에서 작은 모임을 만들고 이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가꾸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많은 회원들을 확보하고 있는 커뮤니티 사이트들은 대부분 대상에 한계를 두지 않고,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여 그들만의 작은 방을 마련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 줬다.

그러나 이런 접근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커뮤니티를 위한 커뮤니티로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이트를 방문하는데 모임 말고는 다른 목적이 없다면, 모임이 없어지면 다시 들어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번 주에 들를 ‘샐러리맨’(www.salaryman.co.kr) 사이트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티 사이트다.

얼마 전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자의 52%가 26~40세의 직장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이라는 집단은 인터넷 접속 환경이라든지 구매력, 경제활동 인구에서의 비중이라든지 여러 측면에서 커뮤니티로서는 물론 전자상거래로 발전시킬 수 있는 유용한 집단이다.

문제는 이들이 모이고 또 머물 수 있도록 사이버 공간을 꾸미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샐러리맨’을 다녀간 사람들의 수는 30여만명. 하루에 3천명 가량의 직장인들이 사이트에 접속하고 있다.

샐러리맨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크게 4가지다. 먼저 커뮤니티 서비스. 게시판 형태로 방문객들이 평소에 직장에서는 털어 놓지 못했던 상사에 대한 불만에서부터 고민 거리, 그리고 사회 전반에 관한 생각들을 올려 놓을 수 있는 토크박스, 마음 맞는 사람끼리 만들어 가는 동호회, 그리고 채팅 서비스 등이 제공된다.

게시판의 이름도 재미있다. 직장에서 생활하면서 상사·동료·부하에게 느끼는 불만을 토로하는 게시판은 ‘사람에게 외침’이고, 사회 전반에 대한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올릴 수 있는 곳은 ‘사회로의 외침’ 이라고 만들어 인터넷의 익명성이 생활 속에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더구나 이런 감정들이 직장 생활에서 누구나 한 번은 느껴 본 것이라서인지 나름대로 위로와 해결책을 제시하는 글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회원들이 만들어 내는 콘텐츠인 것이다.

또 다른 서비스는 정보 뱅크. 직장인들이 생활에서 필요로 할 만한 여행, 재테크, 직장 처세술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예컨대 자신이 얼마나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는지를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 연말정산 서비스라든지 목돈 마련을 위해 다양한 금융 상품들로 나름의 재테크를 실현하도록 도와 주는 시뮬레이션 서비스, 카드사별 수수료율과 결제일을 기준으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카드를 골라 쓸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카드 시뮬레이션 서비스 등이 제공되고 있다. 세금·재테크 등에 관한 전문가들의 조언도 곁들여진다.

대상층이 분명한 커뮤니티가 갖는 장점이 회원에게 특화된, 그리고 그들이 가장 필요하고 공감할 만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 샐러리맨 사이트는 이런 배려가 돋보이는 곳이다. 요즘 유행한다는 삼행시로 매주 ‘삼행시 공모’ 이벤트를 개최하는 것도 흐름을 읽는 눈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 사이트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라이브 폴’(live poll). ‘직장 생활에서의 음주 문화’나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 등의 특정 주제에 대해 사이트 내에서 설문 조사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직장인들의 의식이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통계 분석치를 공개한다. 그리고 이런 결과들을 모아 직장인들에 대한 백서를 낼 계획이다. 직장인들이 여러 측면에서 인터넷의 핵심 사용자면서 상거래에 있어 주요 고객층을 이루는 만큼 이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는 마케팅 측면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이트의 수익모델은? 일차적으로는 커뮤니티의 주요 수입원이 되는 광고 수입이 한 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회원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상거래로의 발전이라는 단계로 접어들지는 않았다.

물론 동병상련을 느끼며, 다른 직장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유익한 정보도 얻고자 사이트를 방문하는 회원들에게 사이트의 상업성이 뚜렷이 드러나는 상거래를 바로 접목시킨다는 것은 오히려 고객 충성도를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커뮤니티에 가족간에 선물할 용품들로 구성되는 상거래를 적절히 접목시킨 ‘Myfamily.com’의 경우처럼 사이트 구성원의 특성에 맞게 적절한 방식으로 이들의 상품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면, 큰 거부감 없이 상거래와의 연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최근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32%가 여행, 레저 정보를 얻기 위해 직장에서 인터넷에 접속한다고 한다. 틀에 박힌 일상 생활에서의 탈출구를 원하는 회원들에게 여행지나 레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소개하고, 필요한 예약 과정을 사이트 내에서 처리한다든지, 마음 맞는 온라인의 동료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나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여행사와 연결시켜 주는 방식의 수익 모델도 가능하다. 굳이 자체 사이트에서 이런 상거래를 안고 가는 부담 없이 콘텐츠와 연결되는 수익 배분 프로그램을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판매의 방식이 강요가 아니라 고객의 요구와 자연스럽게 부합될 수 있도록 적절히 배치된다면, 실질적인 구매력을 갖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인 만큼 충분히 가능한 수익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수익 모델도 결국 사람이 모여야 가능하다. 커뮤니티의 1차적인 성공 요소가 회원들이 모임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편리하고 매력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 만큼 차별화된 서비스, 직장인들이 필요로 할 만한 서비스를 끊임 없이 궁리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샐러리맨’이 제공해 온 서비스는 이런 점에서 성공적이었다고 보인다.

그러나 아직은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실제로 제공되는 정보의 절대적인 양도 적을 뿐더러 검색의 편리함도 업그레이드시킬 필요가 있다(여행 정보의 경우 단순히 몇 몇 여행지에 대한 소개 리스트가 한 페이지를 채우고 있을 뿐이다).

콘텐츠에 관한 한 다른 사이트들과의 제휴도 가능하겠지만, 자체 회원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부분도 상당히 크다. 즉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적극적인 CP(Contents Provider)가 되도록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가능하다면 좀 더 개인화된(personalized) 정보 제공도 한 번 들른 직장인들을 다시 방문하게 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샐러리맨 누구나 기분 전환도 할 겸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사이트가 되겠다는 초기의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그들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어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쉽지는 않겠지만, ‘즐겁고 신나는 직장인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일조하겠다’는 사이트 개설자 박형진 사장의 말대로 우리 사회의 버팀목인 직장인들의 편한 안식처이면서 소중한 정보 창고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INTERVIEW회원과 함께 돈버는 ‘드림 컴퍼니’ 만들터 - 박형진 샐러리맨 대표
(주)샐러리맨은 지난해 1월 태어났고 사이트는 8월 선보였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업데이트’를 운영하던 박형진 사장이 사업의 일부였던 사이트를 따로 떼내 만든 것. 서강대 경영학과를 나온 뒤 삼성생명·쌍용양회에서 4년여간 ‘샐러리맨’ 생활을 했던 경험을 살려 샐러리맨을 위한 사이트라면 가능성이 있겠다는 판단에서 시작했다.

닷컴 위기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박형진 사장의 고민도 역시 ‘무엇으로 돈을 벌 것인가’다. 박형진 사장은 “단순히 광고만으론 살아남기 어렵다”며 “지금은 가계부·캘린더 기획 등 사이트와는 다른 곳에서 돈을 벌어 수입을 내고 있지만 샐러리맨의 회원이 판매자가 될 수도 있는 ‘드림 컴퍼니’를 구상중이다”고 밝혔다.

드림 컴퍼니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엑스퍼트’라는 전문가 집단 사이트처럼 회원 가운데 어느 정도 사업능력이 있는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샐러리맨이 프로젝트를 따내면 그것을 외주 형식으로 회원에게 나눠 준다는 것. 박형진 사장은 또 샐러리맨 문화가 우리와 비슷한 일본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한·일 샐러리맨을 묶는 사이트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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