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홈런왕 싸움 `시계 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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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개인 타이틀의 꽃 홈런왕 경쟁이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안개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용병과 토종 장거리 타자들은 대부분 홈런왕 경쟁에 명함을 내놓고 있고 1위와 10위의 홈런 개수 차이는 불과 4개.

공동 3위에만 무려 7명의 거포들이 포진한 홈런왕 싸움은 당분간 주인공을 점치기 어려운 형국이다.

현대 용병 퀸란이 12개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지난해 40개의 홈런을 날린 스미스(삼성)가 10개의 홈런으로 바짝 뒤를 쫓고 있고 작년 용병 홈런왕(45개) 로마이어(한화)와 98년 홈런왕 우즈(42개.두산), 그리고 시즌 전 '60개를 친다'고 큰소리를 쳤던 윌리엄스(현대) 등 용병 타자들이 9개씩으로 뒷덜미를 잡고 있다.

이병규(LG), 신동주(삼성), 심재학(현대), 조경환(롯데) 등 한번도 홈런 타이틀을 차지해보지 못한 토종 타자들도 9개씩으로 홈런왕을 노리고 있다.

통산최다홈런기록을 끊임없이 늘려가고 있는 장종훈(한화)도 8개의 홈런을 때려내 권토중래를 예고하고 있다.

10위권 밖에 물러나 있지만 작년 한국프로야구 시즌최다홈런기록을 세운 이승엽(54개.삼성)과 프로야구 사상 최장거리 홈런(150m) 타이 기록을 수립한 김동주(두산)도 여전히 강력한 홈런왕 후보.

그러나 각 팀 코칭스태프 등 관계자들은 우즈, 로마이어, 윌리엄스 등 용병 트리오 가운데 한명이 홈런왕을 차지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힘과 타격의 기교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유한 이들은 투수들이 힘이 떨어지는 여름에 접어들면 홈런 더비에서 일제히 상위권으로 치고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올 가을 시드니올림픽 드림팀 구성은 홈런왕 싸움에 용병들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대목이다.

토종 타자 가운데 이들 용병에게 맞설 가장 강력한 경쟁자 이승엽이 대표선수로 뽑혀나갈 것이 확실한데다 각 팀의 에이스급 투수들도 일제히 시드니로 출정하기 때문이다.

98년 우즈와 이승엽의 치열한 각축에 이어 작년 이승엽의 아시아신기록 도전으로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홈런왕 경쟁이 올해는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가 프로야구에 최대 관심사로 등장했다.(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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