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축은행 구조조정, 잘못 되풀이 말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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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호 02면

이번 주 우리 사회는 다시 한번 휘청할 것 같다.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그동안 85개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진단을 해왔다. 부실 저축은행을 골라내기 위해서다. 금융위원회는 마지막 절차로 교수·회계사 등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경영평가위원회(경평위)를 16~17일 소집했다. 경평위가 최종 의견을 올리면 금융위는 18일 영업을 정지시킬 저축은행을 확정·발표하게 된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 미만이거나 자본잠식 상태인 저축은행 중에 경평위에서 경영개선 계획을 승인받지 못하는 곳은 영업이 정지된다. 벌써 ‘자산 2조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 한두 곳 포함’ ‘5~6곳이 영업정지 대상’ ‘그보다 더 많은 총 8곳’ 등 루머가 난무하고 있다. 예금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올 들어 이미 8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됐다. 저축은행 업계는 정상일 수가 없었다. 예금인출 사태를 겪었고, 경영도 갈수록 악화됐다. 최근에는 저축은행들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연 5%대 후반의 높은 금리를 내걸어 예금을 유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구조조정이 코앞인 데도 8월에는 빠져나간 돈보다 들어온 돈이 더 많은 기현상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러다 보면 저축은행의 경영은 더 악화될 게 뻔하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도 금융 당국은 이번 구조조정을 단호하고 신속하게 마무리해야 한다. 노련한 의사가 예리한 수술 칼로 환부만 확실하게 도려내듯 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예금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자칫 멀쩡한 다른 저축은행도 피해를 보게 된다. 올 초 영업정지 때처럼 사전 정보유출과 예금인출 같은 잡음과 혼란이 이어지면 저축은행 업계는 공멸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 정부는 이미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매입해 주는 등 7조4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저축은행에 마냥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재정지원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가장 중요한 건 영업정지 은행을 확정할 때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준을 적용해 국민의 수긍을 얻어내는 일이다. 이미 저축은행들은 금융 당국의 회계처리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런 마당에 정치적인 고려나 거래 의혹이 제기되면 이번 조치의 정당성은 상실되고, 엄청난 반발과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 평가 과정에서는 내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지역 민심을 의식하는 정치권의 로비와 압력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그런 것에 휘둘리며 땜질식으로 막아오다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번에는 과연 얼마나 공정하게 됐는지, 우리는 지켜보려고 한다.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해법은 구조조정을 공정하고 원칙대로 추진하는 것밖에 없다. 그게 혼란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저축은행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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