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MS가 '러브레터' 확산 공범

중앙일보

입력

국내 전직 고관들이 여성 로비스트에게 보낸 러브레터(戀書) 가 화제를 뿌리는 가운데 또 다른 ''러브레터'' 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불똥은 마이크로소프트(MS) 로 튀었다.

''I LOVE YOU'' 라는 제목으로 전세계 4천5백만대의 컴퓨터를 감염시킨 이 바이러스의 전파 경로가 MS의 e-메일 프로그램 ''아웃룩'' 이라는 점 때문이다.

지난 4일 ''러브레터'' 바이러스가 출현하자마자 ''ZD넷'' 등 정보통신 관련 매체에는 기다렸다는 듯 ''MS 책임론'' 이 등장했고, 반(反) MS측과 MS진영은 치열한 격론을 벌였다.

ZD넷의 칼럼니스트 찰스 쿠퍼는 "MS의 아웃룩을 통해 e-메일로 전파, 전세계에 큰 피해를 준 ''멜리사'' 와 ''익스플로러ZIP'' 바이러스가 MS에 ''공개경고'' 를 보낸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또다시 비슷한 바이러스가 등장한 것은 MS가 독점적 지위에 안주해 보안을 소홀히 한 때문" 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데니스는 "전세계 데스크톱의 85% 이상이 MS의 윈도를 운영체제(OS) 로 쓰고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 유포 속도를 높이기 위해 MS 프로그램 이용자를 겨냥한 바이러스가 잇따라 나오고 있을 뿐" 이라고 말했다.

스콧 컬프 MS 보안책임자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컴퓨터 기술이 발달하면 이를 악용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면서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이를 이용하는 인간" 이라고 하소연했다.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으로 컴퓨터 바이러스의 전파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MS와 운영시스템이 다른 매킨토시나 넷스케이프.유도라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많았다면 피해 규모는 훨씬 줄었을 것" 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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