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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계획조례 의미와 파장]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가 마련한 첫 도시계획조례 입법예고안은 마구잡이 개발에 제동을 걸겠다는 강한 의지를 곳곳에 담고 있다.

그러나 6백6㎢에 달하는 서울의 전체 도시계획구역 면적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일반주거지역의 용적율 규제강화안은 '미온적인 개혁' 이라는 지적을 받고있다.
당초 건설교통부가 제시한 한도 (2백~3백%)
의 상한 (3백%이하, 현재는 4백%)
을 택한 때문이다.

◇ 의미 = 제정되는 조례는 업체나 주민들이 실제 개발행위를 할때 직접적으로 적용받는 용적율 등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어 상위 법령보다 더 큰 관심사였다.

사실 서울은 경제 개발기를 거치면서 제한된 토지 이용을 극대화한다는 명목하에 무계획적인 개발을 지속했다.
그 결과 '공룡 수도권' 주민들의 생활환경은 열악해져왔다.

특히 6공화국 정부가 2백만호 주택건설 공약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건축 규제를 과도하게 풀어버려 사태가 더 나빠졌다.

급기야 지난 3일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건설교통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장관의 직을 걸고 수도권 과밀화를 막을 특단의 대책을 세우라" 고 지시한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런 상황에서 마구잡이 개발의 상징처럼 돼온 서울에서 정비.보존을 우선하는 도시계획 조례가 제정되는 것만으로도 국토와 토지 이용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 내용.파장 = 건교부는 두달전 입법예고한 도시계획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2종 전용주거지역에 고층아파트 건축을 허용키로 했었다. 그러나 이를 서울시가 적극 설득, 중.저밀의 연립주택과 빌라만 들어서도록 조정한 것은 의미가 크다.

또 준주거지역과 서울 4대문 밖 상업지역의 용적률을 대폭 낮춤으로써 1995년 이후 민선 구청장들이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상업지역으로 바꿔 고층.고밀화를 조장해온 관행에도 쐐기를 박았다.

준주거지역의 경우 건교부가 당초 제시한 용적률 상한은 3백~7백%이하. 그러나 서울시는 급속한 상업지역화를 차단하기 위해 4백%이하로 강화했다.

용적률이 8백%이하로 낮춰진 4대문밖 상업지역에 주택비율을 턱없이 높게 할 경우 용적율이 대폭 삭감돼 앞으로 주상복합건물 신축붐이 주춤할 전망이다.

또 28㎢에 달하는 서울의 준공업지역에는 앞으로 아파트를 짓는 것이 사실상 힘들게 됐다.
일반 아파트를 지으면 용적율 2백50%까지만 허용하기 때문이다.

◇ 한계.과제 = 이번 조례 입법예고안이 안고 있는 가장 큰 한계는 서울 전체면적의 47% (2백87㎢)
를 차지하는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 상한 규제가 예상보다 약하다는 점이다.

기존 서울시 건축조례의 용적률 제한 (4백% 이하)
보다는 낮아졌지만 그동안 허가과정에서 사실상 3백%까지만 허용해 왔기에 크게 진전된 내용이 없는 셈이다.
서울시 사정에 밝은 외부 전문가는 "2백50%이하로 낮추려던 방침이 개발 논리에 밀렸다" 고 전했다.

3종 일반주거지역을 1, 2종으로 세분화하는 과정도 제대로 추진될지 미지수다.

이밖에 전문가들은 "개포지구 등 강남에서 최근 서울시의 규제가 확정되는 7월전에 재건축 절차를 서두르자는 움직임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고 말한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권용우 (權容友.성신여대 교수)
대표는 "3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율 요건을 더욱 낮춰야 한다" 면서 "입법화 과정에서 개발논자들의 입김과 로비도 차단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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