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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월 만에 환율 구두개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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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가 이틀째 급락하자 정부가 1년5개월 만에 공식적인 구두 개입에 나섰다.

 기획재정부 은성수 국제금융국장은 15일 “어떠한 방향이든 환율의 지나친 급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장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이날 3.80원 오른 1104.00원으로 출발했으나 무디스의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설이 흘러나오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장중 1119.90원까지 떨어졌다가 정부가 구두 개입에 나서면서 하락폭이 줄어 결국 전날보다 8.60원 떨어진 1116.40원에 마감했다.

 정부가 외환시장에 구두 개입한 것은 원화가치가 가파르게 오르던 지난해 4월 27일 이후 처음이다. 당시 재정부는 “과도한 원화절상 기대감에 따라 외환시장에 일방적인 쏠림 현상이 있다”며 개입했고 원화가치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정부가 거시정책의 우선순위를 물가에 두면서 원화가치 상승을 사실상 용인해오다가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8월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크게 줄자 수출 중심의 환율정책 기조로 돌아섰다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재정부가 13일 국제금융시장 긴급 점검회의 결과를 전하면서 ‘적정한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 등을 중시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정부의 이날 구두 개입은 고환율 정책으로 다시 무게중심이 옮겨간 것 아니냐는 시장의 전망과 배치될 수 있다. 하지만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 입장에서는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할 때일수록 경상수지 흑자와 대외균형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원화가치 하락세는 당분간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재정부는 이날도 “정부는 물가나 수출 같은 특정 정책목표를 염두에 두고 환율을 운용하고 있지 않다”며 “환율은 펀더멘털과 시장수급을 제대로 반영해 움직여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원칙론을 되풀이했다.

 이날 국채 값은 떨어지고 주가는 올랐다.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것이란 우려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6%포인트 오른 3.37%에, 5년물 금리는 0.05%포인트 상승한 3.45%를 기록했다. 코스피지수는 24.92포인트(1.42%) 오른 1774.08에 장을 마쳤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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