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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 위 댄스〉'중년 일탈' 유쾌하게 묘사

중앙일보

입력

'음악과 무용은 인간의 원초적 쾌락' 이라던 아담 스미스의 말로 시작하는 이 영화에서 댄스는 인간 존재의 표현이다.

초반부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직장이나 사회에서 어느 구석인가 약간 모자란 듯하지만 춤을 출 때만은 더없는 행복감을 느낀다.
그런 춤을 통해 40대 샐러리맨이 일상의 공허감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아름답고 건강하게 그렸다.

수오 마사유키(周防正行)감독의 연출력이 높이 평가받아 춤 소재 영화에 흔한 불륜 장면 하나 없이도 일본과 미국에서 각각 2백20만.1백9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1995년 제작된 이 영화는 지난해 제2차 일본대중문화개방 조치로 '전체관람가' 영화의 수입이 허용됨에 따라 5년 만에 국내 소개된다.

밤이면 프로레슬러로 변신하는 은행원 이야기인 '반칙왕' 과 가정보다 직장에 더 충실했던 철도원의 아픔을 담은 일본 영화 '철도원' 에서 느꼈던 재미와 감동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40대 샐러리맨 스기야마(야쿠쇼 코지)는 집까지 장만해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별로 불만이 없다.
그런데도 왠지 가슴 한구석은 휑하다.
출퇴근길 전철 속에서 차창을 바라보는 그의 눈길은 흐릿하다.
그러던 어느날 차창 밖 댄스교습소에서 창을 내다보는 매혹적인 여인(극중 마이.쿠사카리 타미오)이 그를 화들짝 깨워놓는다.

그녀에 끌려 스기야마는 댄스교습소에 등록하기로 맘먹는다.
그러나 속마음은 마이로 향하고 있다.
일본의 '직장모범생' 인 스기야마가 댄스교습소로 향하는 발걸음과 그의 춤 동작 하나 하나는 그대로 코미디이다.
댄스교습소를 들어서는 자신의 모습이 괜스레 부끄럽고, 뭔가 두려운 듯 쭈뼛거린다.
춤에 대한 일본인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그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스기야마는 용기를 얻어 마이를 저녁식사에 초대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혹시 나한테 맘이 있어서 나오시면 곤란합니다' 라는 한마디. 심한 모멸감을 느끼고 그만둘만한데도 스기야마는 왠일인지 춤에 더욱 빠져든다.
그리고 마이도 전철역 플랫폼에서 스텝을 익히는 스기야마를 숨어서 지켜본다.
댄스의 참된 의미를 깨닫고, 나아가 삶의 활기로 충만한 중년을 다시 찾은 스기야마와 마이가 나누는 대화가 감동적이다.

감독은 일본인들이 낮춰보는 춤을 소재로 획일성을 '강요' 하는 일본문화의 폐쇄성과 엄격성을 꼬집는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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