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 골프장에서 열린 KLPGA 투어 한화금융클래식 최종라운드. 선두인 최나연(24·SK텔레콤) 선수를 2타 차로 추격하던 유소연(21·한화) 선수가 12번 홀(파3)에서 티샷한 볼이 해저드 구역 안으로 날아갔다. 다행히 공이 물에 빠지지 않아 유 선수는 세컨드샷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유소연이 샷을 하기 전에 손으로 풀을 걷어냈다. 이 장면을 본 최나연이 경기위원에게 “루스 임페디먼트(나뭇가지·풀·동물의 배설물 등)를 건드렸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유소연은 2벌타를 받아 공동 5위로 떨어졌다. 골프 규칙 13조 4항(해저드 내에서 금지되는 행위)에는 해저드 내에서 루스 임페디먼트를 제거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올해 US오픈에서 우승한 유소연은 경기에 몰입한 나머지 무의식적으로 루스 임페디먼트를 제거했다고 인정했다.
김아영의 골프 룰&매너 <3> 공이 해저드에 들어갔을 때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해저드는 공포의 대상이다. 해저드가 앞에 버티고 있으면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몸에 힘이 들어가 미스샷을 하고, 해저드를 충분히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해 샷을 했는데 공이 물 속에 ‘풍덩’ 빠지기 일쑤다. 이럴 경우 1벌타가 부과되고 세 가지 옵션에 따라 새 공을 드롭해 플레이를 재개한다. 골프 규칙에는 이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있다.
첫째는 원래 쳤던 곳에서 다시 치는 것, 둘째는 공이 해저드 구역에 들어간 최후의 지점과 홀을 연결한 가상의 선을 긋고 그 선 뒤에 공을 드롭하는 것이다. 아마추어들은 공이 날아온 궤적과 같은 선상에 드롭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규정에 맞지 않다. 빨간 말뚝이 꽂혀 있는 레터럴 워터 해저드(공을 드롭하기 불가능한 위치의 워터 해저드)에서는 한 가지 옵션이 더 있다. 1벌타가 부과되고 홀과 가깝지 않은 곳에 2클럽 이내로 드롭하는 것이다.
공이 해저드에 빠졌는지 로스트 볼이 됐는지를 놓고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가 있다. 프로 투어에서는 경기위원이 판정하지만 아마추어끼리 경기에서는 제 3자인 캐디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해저드 구역 내에서 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유소연 선수의 경우처럼 루스 임페디먼트를 제거하는 것, 그리고 클럽을 지면에 대는 행위다. 미셸 위 선수는 2010년 LPGA 기아클래식 최종라운드 11번 홀(파5)에서 세컨드샷이 그린 근처 해저드 가장자리에 빠졌다. 1벌타를 받고 구제를 받는 대신에 그는 반쯤 물에 잠긴 공을 직접 쳐내려 했다. 하지만 공은 해저드 구역 내 러프로 갔다. 이때 미셸 위는 무심코 해저드 지면에 클럽을 댔다. 네 번째 샷이 핀에 붙어 파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2벌타를 추가해 더블보기가 됐다.
다시 한화금융클래식 최종라운드로 돌아가 보자. 최나연이 고교 2년 후배인 유소연의 룰 위반 행위를 꼭 경기위원에게 ‘클레임’했어야 됐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최나연은 옳은 일을 한 것이다. 만약 최나연이 규칙 위반을 지적하지 않았다면 유소연은 12번홀 스코어를 착각해 스코어카드 오기로 실격당했을 것이다. 또한 이번 일이 없었다면 LPGA 투어 같은 더 큰 대회에서 똑같은 실수를 할 가능성도 있었다.
아마추어끼리 라운드에서도 동반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반복적으로 룰 위반을 하고 있다면 지적해 주는 것이 옳다. 물론 현장에서 얘기해 줄지, 라운드가 끝난 뒤 편안히 복기하는 자리에서 얘기해 줄지는 각자가 판단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