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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가 만난 사람들] 뉴욕의 군 시설을 공원으로 바꾼 레슬리 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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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과 서울은 공통점이 많다. 그중 하나가 신(新)과 구(舊)의 조화. 낡은 것들이 새롭게 재창조된다. 한국에서 청계천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해 시민들의 휴식처가 됐듯 뉴욕엔 군사기지에서 최고의 관광명소가 된 거버너스 아일랜드(Governors Island)가 있다. 레슬리 코치(Leslie Koch·47)는 바로 이 프로젝트의 주역이다.

거버너스 아일랜드는 서울의 용산 미군기지처럼 200여 년간 군사기지로 사용되다 2003년 미 연방정부가 ‘상업적인 용도에 치우치지 않는’ 개발을 조건으로 뉴욕주 정부에 단돈 1달러에 팔았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평소 친분이 있던 마이크로소프트 중역 출신 코치에게 이 초대형 프로젝트의 총책임을 맡겼다.

 ‘문화소통포럼’ 참석차 한국을 처음 찾은 그녀는 나흘 동안의 짧은 일정을 쪼개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회를 먹고 왔다고 자랑했다. 한국 문화체험이 마냥 신나는 모양이었다.

정제윤 jTBC기자

●거버너스 아일랜드 프로젝트를 맡은 이유는 뭔가.

 “어렸을 때부터 뉴욕에 살았지만 듣지도 보지도 못한 곳이었다. 블룸버그 시장이 삭막한 군사기지를 시민들의 쉼터로 바꿔 달라는 데 흥미를 느꼈다.”

●블룸버그 시장과는 어떻게 알게 됐나.

 “캐럴라인 케네디(존 F 케네디의 딸)와 함께 공립학교를 지원하기 위한 재단을 설립하고 운영했었다. 뉴욕시와 여러 종류의 파트너십을 맺었는데 그때 블룸버그 시장과 자연스레 친분을 쌓게 됐다.”

●거버너스 아일랜드 같은 공공장소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작은 집에 살기 마련이다. 도심 속 공원이 중요한 건 그래서다. 뉴욕이나 서울처럼 다양한 인종이 몰려 사는 대도시라면 풍부한 녹지뿐 아니라 문화를 창조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거버너스 아일랜드가 ‘좋은’ 공공장소라고 자부하는 이유는.

 “뉴욕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원 중 하나인 센트럴 파크가 있고, 아름다운 박물관도 많다. 거버너스 아일랜드는 공원과 예술이 함께 있는 복합공간이라고 보면 된다. 무료로 페리를 타고 거버너스 아일랜드에 들어오면 멋진 예술작품들이 반겨 준다. 군인숙소는 설치미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처럼 공공장소에 예술작품이 있으면 아이들 혹은 친구들과 같이 가서 뭔가 배울 수 있다. 거버너스 아일랜드엔 미니 골프코스도 있는데, 매해 새로운 테마에 따라 코스가 달라지고 홀마다 다른 예술가가 디자인한다. 올해 테마는 벌레라서 각 홀이 다른 모양의 벌레로 디자인됐다. 거버너스 아일랜드는 이런 복합문화공간을 시민들에게 무료 또는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한다. 예술작품이 박물관 안에 전시돼 있을 때는 그저 아름답게만 보이지만 공원이나 길거리 등 공공장소에 자리 잡으면 더욱 빛을 발한다.”

●이번 한국 방문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은.

 “몇몇 박물관에 들렀는데 너무 아름다웠다. 여러 종류의 한식 또한 정말 맛있었다. 집에 돌아가서 꼭 직접 만들어 볼 계획이다. 이참에 뉴욕에서 한국 음식 잘하는 식당도 추천받아 찾아가 볼 생각이다. 토요일 밤엔 길거리를 무작정 걸어다녀 보기도 했는데 현대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는 점 또한 흥미로웠다. 그런데 거리를 쏘다니는 사람들 중 내가 제일 나이가 많은 것 같더라(웃음).”

●한국은 고유 문화를 지키는 일에 소홀했던 측면이 있다.

 “전통문화와 새로운 문화 사이에 균형을 잡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미국도 똑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 도시 역시 변화에 발맞춰 가야겠지만 고유문화와 외래문화를 잘 버무려 국가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서울의 경우 전통과 현대가 잘 조화돼 있다고 평가한다. 청계천이 신구 조합의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겠다. 옛것이 새롭게 다시 태어나 모든 시민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됐으니 말이다. 이 같은 사례가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늘고 있다.”

What Matters Most?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항상 행복함을 느끼며 도덕적인 삶을 사는 것, 또한 중심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 이 기사의 동영상은 www.joinsmsn.com의 ‘미리 보는 jTBC 뉴스’ 코너와 아이패드 중앙일보 앱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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