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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들 "돈 쓸곳 어디 없소"

중앙일보

입력

벤처기업들이 유상증자 등으로 막대한 자금을 모았지만 그 돈을 어디에 쓸지 몰라 은행에 쌓아두고 있다.

자체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큰 돈인데다 당장 수익을 낼 만한 투자대상을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 사이에 주가는 점점 빠져 회사를 믿고 돈을 댄 투자자들만 고통을 당하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증자자금이 어디에 쓰일지 따져 보지도 않고 증자에 참여한 것도 문제지만 각 기업들이 증자자금 사용처를 자세히 알리지 않는 관행도 문제" 라고 지적했다.

◇ 얼마나 모았나

코스닥 등록기업 중 올들어 유상증자 등의 방식으로 모은 돈은 총 1조7천4백56억원에 달한다. 기업별로는 새롬기술이 유상증자를 통해 3천7백15억원을 모았다.

하나로통신과 핸디소프트도 각각 2천9백28억원과 1천4백45억원을 주식발행초과금으로 가지고 있다. 이밖에 오피콤.터보테크 등도 각각 7백억~8백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오피콤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당초 3백억~4백억원 정도를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주가가 올라 8백억원 이상이 들어왔다" 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지난 2월 주가폭등 당시 증자했던 기업들은 목표치 이상의 돈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 어떻게 쓰이고 있나

대부분의 기업들이 조달한 돈의 일부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금융자산 형태로 놔두고 있다.

새롬기술은 현재 2백50억원 정도만을 쓰고 있는 상태다. 새롬의 김대선 기획이사는 "검색엔진을 사용하기 위해 네이버에 2백50억원 출자한 것 이외에는 아직 쓴 곳이 없다" 며 "다이얼패드 사업을 확충하기 위한 투자를 할 것" 이라고 밝혔다.

물론 시차를 두고 자금이 쓰이겠지만 다른 기업들도 구체적인 자금집행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핸디소프트 김상우 과장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3백억원 가량 더 조달됐다" 며 "초과 부분은 사내에 유보하는 한편 앞으로 3~4년에 걸쳐 활용할 계획인데 주주들에게 자금사용계획은 투명하게 밝히겠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달자금의 절반은 기술개발 및 전략적 제휴에 투입할 계획인데 구체적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고 덧붙였다.

◇ 투자자도 책임

''묻지마 투자'' 열풍에 휘말려 증자라면 무조건 참여했던 투자자들은 지금 후회가 크다. 코스닥시장의 공시에는 유상증자 규모나 청약일 등만 나올 뿐 자금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는 나타나지 않는다.

기업들이 유상증자 때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는 유가증권 발행신고서에 자금조달 목적을 쓰기는 하지만 일반인이 이를 일일이 살피기란 무척 귀찮은 일이다.

금감원 공시열람실의 김국년 책임보는 "하루에 10여명 정도가 유가증권 발행신고서를 열람한다" 고 말했다.

미래에셋의 박현주 사장은 "벤처기업들은 유상증자 때 회사의 비밀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자금조달 목적을 가급적 구체적으로 투자자들 알려야 한다" 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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