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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투신 부실처리' 그룹내 엇갈린 행보

중앙일보

입력

현대투신증권의 부실처리 문제를 놓고 정몽헌 현대 회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측이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재계는 후계 문제를 놓고 형제간 갈등을 겪은 두 형제 회장은 현대그룹의 운영 등에 있어 일정한 거리 두기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7일 현대그룹 계열사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정몽헌 회장측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반면 정몽구 회장측은 이 문제의 불통이 튈까 우려하면서 상반기 중 분리할 현대차.기아차.현대정공 등 자동차 소그룹의 경영권 확보에 전념하고 있다.

이헌재 재경부 장관이 "현대투신의 문제는 현대가 알아서 '현명히' 처리할 것" 이라고 언급하는 등 정부측의 사재출연 요구가 비공식 라인을 통해 전달된 뒤 정몽헌 회장측은 연일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 김재수 구조조정본부장 등 정몽헌 회장의 측근들이 모이는 자리에 몽구 회장측 인사들은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대책안에 대한 보고는 물론 정몽헌 회장에게 올라간다.

정부측과의 접촉도 김재수 구조조정본부장 등 정몽헌 회장측이 창구다.

정몽헌 회장측 관계자는 "모든 결정이 몽헌 회장 라인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몽구 회장과는 상의하지 않았고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다" 고 말했다.

한편 정몽구 회장측은 "이 문제는 우리와 관계없다" 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현대 계열사의 주가가 급락한 이튿날인 지난달 27일 '현대투신에 대한 자금지원은 불가능하다' 고 강조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투신의 대주주는 현대증권과 현대전자이며, 이들 회사는 간접적으로도 정몽구 회장과는 상관이 없는 마당에 현대투신에 우리가 지원할 이유가 없다" 고 말했다.

그는 또 "현대투신에 지원할 경우 자동차 주주들이 가만히 있겠냐" 고 반문했다.

정몽구 회장측은 소그룹 분리 후에 대비해 경영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달 28일 '현대정공 발행 주식의 약 10%인 7백89만주를 장중에서 매입한다' 고 증권거래소에 공시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기아차가 현대정공 지분을 매입하면 현대차 소그룹은 현대정공이 현대차의 대주주, 현대차는 기아차의 대주주, 기아차는 현대정공의 대주주가 되는 순환출자 형태를 갖춰 정몽구 회장의 경영권이 확고해진다" 고 말했다.

또 2일 인천제철이 삼미특수강을 인수하는 등 정몽구 회장측의 움직임은 현대투신 부실을 둘러싼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여부 등 그룹 현안보다는 소그룹 분리에 더 무게를 싣고 있는 모습이다.

이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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