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7천원짜리 전원주택 1억원선에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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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만 하면 쾌적한 환경을 그리워하는 게 도시인들이 간직하고 있는 작은 소망.

95년 10월 GNP 1만 달러를 돌파하면서 서울 샐러리맨들의 술자리에서 너도나도 ‘脫서울’붐이 조성됐다. 때맞춰 수도권 이곳 저곳에 전원주택단지가 조성되더니 1년 후인 96년 10월 수도권에만 1백80여개 업체에서 7천여 가구의 전원주택지를 공급했다. 당시 수요자의 대부분은 ‘당장 입주’가 아닌, 택지를 사고 난 후에 ‘때가 되면 하겠다는 입주’였다. 그런데 98년 IMF란 철퇴에 중산층이 붕괴되면서 실질적 입주자는 5%에 불과했다. 용인시 수지읍 고기리의 경우 분당과 10분거리, 강남권과 30분거리라 다른 지역에 비해 IMF이전 가격으로 가장 빨리 회복됐다. 전원주택지 중 서울 강남과 가장 근접한 지역이란 점과 삼면이 그린벨트로 둘러싸여 환경이 쾌적한 점이 주 요인. 여기에 대지 1백50평, 주택 45평을 장만하자면 대지값만 1억5천만원, 건축비 1억2천만원 등 총 2억7천만원이 든다.

그런데 지난 4월12일, 대지1백35평, 주택 50평의 2층 전원주택을 반값도 안되는 1억8백만원에 법원경매로 낙찰받은 사례를 소개한다.

금년 53세의 K씨(여). 평생 공직에 근무하던 남편의 정년퇴직이 2001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어 퇴직 후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 수도권 이곳저곳을 다녀 보았다. 하지만 마음에 들면 값이 비싸고 금액이 적절하면 거리가 멀어 선택하기가 난감했다. 특히 두 내외가 선호하던 수지읍 고기리의 경우 3억원 전후로 형성돼 준비자금 1억5천만원으로는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러던중 남편이 신문을 오려 건네 주었는데 그 내용은 법원경매를 잘 활용하면 값싸게 장만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K씨는 다음날 자료제공회사를 방문해 현재의 매물동향, 가격동향을 들어보고 잘 선택하면 값싸게 살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매입컨설팅도 의뢰했다.

중요한 몇 가지 전제조건은 ▶준비자금(1억5천만원선) ▶지역선정(수지읍 일대) ▶입주시기(2001년 이후)로 정리됐다. 그러나 이같은 조건에 맞는 경매물건을 기다리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렸다. 맞는 매물이 없어 답사할 기회조차 갖질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수지읍 고기리에 좋은 물건이 경매로 나왔다는 연락을 받고 현장을 확인했다. 규모는 작았지만 값이 저렴하고 평소 선호했던 지역이라 마음에 들었다. 이 주택의 감정평가액은 1억2천7백10만원으로 비교적 싼편. 하지만 최초 경매진행 물건으로 유찰될 것으로 추정했고, 예상대로 최저가격 1억1백70만원에 유찰됐다.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어 현장 및 가격분석을 면밀히 검토했고, 정상가격으로 사면 2억원 이상 들 것으로 조사됐다. 2차 경매에 참여하기로 했다. 입찰당일 4월12일은 총선 전날. 그래서인지 경쟁자가 당초 예상보다 적은 2명. 1억8백만원에 낙찰받았다. 고기리에 소재한 대지값은 평당 1백만원선. 낙찰받은 대지평수가 1백35평으로 환산시 1억3천5백만원이다. K여사는 땅값 이하에 매입한 셈이다.

문의 02-539-0033, 천리안·하이텔에서 go junwon.

유종률 (주)건국컨설팅 대표 / 이코노미스트 제 534호 (2000.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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