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선 복원에 수입산목재 써 10억 빼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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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경남도가 복원한 거북선과 판옥선에 사용된 목재 대부분이 수입 소나무인 것으로 드러났다. 통영해양경찰서는 8일 수사결과 발표에서 충남 서천의 금강중공업이 거북선·판옥선을 건조하면서 사용한 목재 21만8840재(1재는 너비 3㎝×두께 3.03㎝×길이 3.6m) 가운데 81%인 17만7805재가 국내산이 아닌 수입 목재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금강중공업이 구입한 목재비용은 국내산 6600만여 원, 수입산 5억8800만여 원이었으며, 국내산 목재 가격이 외국산보다 3배 정도 비싸다. 설계에 명시된 목재 구입비는 17억 원이었으나 실제로는 6억5400만여 원만 지출한 것이다.

 경찰은 금강중공업 대표 전모(51)씨에 대해 이날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감리사 김모(75)씨는 사기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전씨는 설계 내역서에 맞는 규격의 국내산 소나무를 구하기 힘들고 벌목비와 운송비를 고려하면 수익성이 없어 저가의 수입 목재를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수입목재 사용을 감추기 위해 국내산 소나무로만 샘플을 만들어 국립산림과학원에 수종 분석을 의뢰, 그 결과를 사업 발주처인 경남도개발공사 등에 제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감독기관인 경남도개발공사와 경남도가 수입목재 사용을 미리 알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담당자 등에 대한 조사도 하기로 했다.

 강영덕 통영해경 수사과장은 “감독기관인 경남도와 개발공사 담당자를 상대로 수입 목재 사용을 알게 된 시점, 이후 후속 조치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하겠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지난해 3월 33억여 원을 들여 금강중공업에 거북선·판옥선 건조를 의뢰했다. 1년여 만에 준공되자 지난달 17일 통영과 거제 바다에 옮겨놓았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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